함께해준 문우님들 감사합니다
열일곱 번째 멤버들과의 모임이 이번주에 끝난다. 69번의 글쓰기 모임이 작년과 올해에 진행되었다. '브런치'를 테마로 하는 모임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글을 쓰는 모임이었고 그 모임의 리더였던 탓에 마지막 소감을 쓰는 일이라는 게 상당히 어렵고 부담스럽다. 써보려 하니 행복했다, 즐거웠다, 충만한 시간이었다 등등 진부한 표현만 생각났다. 뇌리 깊숙이 박혀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적확한 소감은 없을까? 누가 보면 이 정도 고민이 우습겠지만, 백상예술대상의 여우주연상 수상자도 이렇게 비슷한 고민을 하는 건 아닐까.
오늘 저녁 식사메이트 아빠에게 물어봤다. 아빠는 올해 친구들이랑 송년회 안 해? 아빠는 토요일마다 만나는 욕탕 멤버가 있다. 내가 알기로 멤버구성이야 어찌 됐든 아빠의 욕탕 모임 참여는 4년을 넘어가고 있었다. 아빠는 말했다. 발가벗고 만나는 사이가 얼마나 대단한 사이인 줄 아냐고. 나야 모르지. 그렇지만 속내를 드러내고 글을 쓰는 나의 모임과 비슷하지 않을까 대강 추측을 해본다. 아빠의 송년회는 동네 참치집에서 열린다고 했다. 오가다 보면 2층에 숨어 있는 듯한 저 횟집에 누가 가는 걸까 생각했는데 그곳에서 파티라니. 중간 네온사인이 덜렁 빠져있어서 '조리장 참치'라는 가게 이름이 '조장 참치'가 되어있는 집이었다. 조장 참치 주인도 역시 욕탕 멤버였다.
욕탕엔 우리 글쓰기 모임과 비슷하게 오래 함께한 멤버도 있지만 새로 영입된 멤버도 있다고 했다. 전직 보건소장 아저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아저씨는 작년에 은퇴를 했고 아침마다 향하던 곳이 사라지자 정신적으로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 구민들의 보건에 힘쓰던 아저씨는 새로 소속되어야 할 집단이 필요했고, 올해 자연스럽게 5단지 해수목욕탕 멤버가 되었다. 이제 직원들과의 종무식은 없지만 욕탕 멤버들과 참치집에서 송년회가 열리니까 아저씨도 이번 연말에는 찐한 소속감을 느끼시지 않을까?
나도 비슷한 것들을 얻었다. 소속감과 정체성. 글 쓰는 모임에서 선물처럼 받은 것들을 꺼내보자면 진부하지만 명확한 이 표현들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여전히 쓰는 것은 어렵고, 쓰던 글을 마무리 짓는 것은 더 힘겹다. 그렇지만 그 어려움을 함께 관통하는 멤버들이 내 글을 읽어준다는 것. 어쨌든 우리는 꾸준히 쓰는 사람이라는 것. 고도의 행복감은 그런 것들에서 오는 게 아닐까. 나는 쓰지 않을 때보다 쓰고 있을 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혼자 쓸 때보다 함께 쓸 때 더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1-17기 슬작생 여러분 감사합니다.
꾸준히 함께 써주세요.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