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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한 Dec 12. 2020

한태섭의 첫 월급

그를 응원한다.

 태섭은 첫 월급을 받고 기뻤지만 그 기쁨은 얼마 가지 못했다. 그의 첫 직장, 럭키하이타이에서는 대졸직과 고졸직을 따로 뽑았고 그 둘 사이에 월급 차이를 큰 폭을 두었다. 그는 고졸이었지만 대졸자와 같은 수준과 양의 업무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월급 차이는 생각보다 충격적인 것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태섭은 내게 말했다.


 그는 몇 개월 만에 럭키하이타이를 그만두고 대학 입학을 위해 공부를 했다. 태섭은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학비를 벌었다. 태섭의 어머니는 학비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고 정말 마지막에는 도움은커녕 등록금을 노름판에서 날리는 비범한 행동까지 했다. 태섭은 나에게 그 얘기를 할 때마다 화통하게 웃는다.


그렇게 어렵게 졸업한 태섭은 그 뒤로 사회에서 전보다 나은 대접과 인정을 받으며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달라진 월급 액수가 그것을 말해줬다.


출처 네이버 이미지


몇 달 전에 태섭은 또 다른 첫 월급을 받아왔다. 택시운전기사라는 새로운 직업으로 받은 첫 월급이었다. 월급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매일 사납금을 채우고 열심히 달렸지만, 익숙하지 않은 일과 상황은 월급 액수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아빠가 그래도 아직 돈을 벌고 있으니까 우리 딸 맛있는 거 사줄 수 있지”


당당한 표정으로 나에게 이렇게 말할 때 태섭은 꽤 기뻐 보였다.


젊을 땐 포부과 야심이 넘쳤던 태섭은 이제 가족들에게 ‘맛있는 거’를 사줄 수 있는 월급이면 만족이다. 태섭은 쉬고 싶지 않다. 계속 일을 하고 싶다.


사회적으로든 가정 내에서든 태섭의 월급은 본인의 입지를 인정받는 수단이고, 나는 오랫동안 태섭을 응원할 것이다.


아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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