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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한 Dec 08. 2020

이글도 당신이 읽어주면 황홀할 텐데요

'메모에서 산문으로' 글쓰기 모임을 끝내며

누군가가 나의 글을 집중해서 세심하게 읽어준다는 것이 황홀할 정도로 너무 좋았어요.


글쓰기 모임 마지막 시간에 멤버 한 분이 말씀하신 소감이었다. 그분보다 앞서 나도 소감을 말했지만 이 문장을 듣는 순간 마음 깊이 공감했다. 정말 황홀이라는 표현이 맞지 싶었다.


모임을 나오기 전에 나는 첨삭이라는 것에 꽤나 겁에 질려있었다. 자기 검열 없이 다작多作에 초점을 맞추라는 말에만 귀 기울여 왔던 것도 다 용기가 없었던 탓이다.


이렇듯 내 결과물이 내 자식 같아서 평가가 무서울 때가 많았다. 그게 다 자양분이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용기를 짜내서 신청한 글쓰기 모임은 오수영 작가님의 '메모에서 산문으로'라는 4회 차 정기모임이었다. 해방촌에 있는 작지만 유명한 '스토리지북앤필름'에서 우연히 마음이 가는 책을 만났는데, 그 작가분을 혼자 몰래(?) 팔로우하다가 모임에 대해 알게 되어 신청까지 했다. 설레고 떨리는 그 모임은 '가가 77페이지'라는 상수의 작은 서점에서 진행되었다.



오리엔테이션과 같은 첫 모임 이후로 세 번의 과제를 적어냈고 세 번의 정성스러운 첨삭을 받았다. 그리고 모임 멤버들과 만나서 함께 서로의 글을 읽었다.


브런치에도 글을 올리며 누군가에게 글을 내보이고 있지만, 이렇게 평가를 위해 꼼꼼하고 세심하게 내 글을 읽는 눈빛들을 마주하는 경험은 '황홀'이라고 표현할만했다. 이렇게 열심히 내 글을 읽어주다니!


모임전에 그토록 두려워했던 것은 지적이었으나, 글을 써내는 용기와 노력을 아는 분들은 결코 무책임한 지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결국 받은 것은 부드러운 의견과 제안 그리고 따뜻한 칭찬과 응원이었다.


바로 어제가 우리의 마지막 모임이었고 좋았던 마음만큼 나는 무척 아쉬웠다. 시인처럼 글을 쓰시던 차분한 목소리의 국어 선생님. 수줍고 귀여운 미소와는 달리 꽤나 깊고 진중한 글을 쓰던 대학생. 일상을 취재하며 글 속에 다양한 결을 보여주셨던 기자님. 그리고 글쓴이의 마음을 헤아리며 발전 가능한 부분을 열심히 찾아주셨던 작가님. 나 혼자 쓰고 읽었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것들로 문을 열어준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물론 마지막 모임이 영영 마지막은 아님을 안다. 언제가 다시 함께 쓰고 읽을 수 있기를, 그때 또 한 번 황홀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상수의 작은 서점 '가가7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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