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레 그렇듯이
주택가를 집으로 삼은 고양이들에게 조급함은 없다
일단 그들은 눈 앞에 담이 있음 넘고
그 담 아래 앉을 화단을 발견하면 머문다
나는 늘 그 느긋한 고양이들이 앉는 순간을 노려
그들의 코 앞에 무릎을 구부리며 앉는다
그럼 꼭 그들은
자신이 앉은 뒤에 따라앉은 나를 쳐다봐준다
너는 나를 알고 있구나
아님 적어도 나와 같은 이들을 아는구나
네가 나를 알고 있는 이상
나는 네 눈빛을 피할 수 없어
꼭 그런 느낌으로
방랑하던 고양이들이 나와 눈 맞춤을 해줄 때
나는 너 혹은 너와 같은 이들을 아는 게 아니라,
그냥 너와 같다고. 고양이의 언어로 말해버리고 싶지만
그 애들은 본능적으로 안다.
나는 자기들의 언어를 쓰지 못하는 사람임을.
그래서 한참동안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도
결국엔, 간다.
그럼 이상할정도로 절박하게 2개국어를 쓰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