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소고

by 파인애플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으면 편도 1시간 출근길이 가장 마음 편한 걸까 생각해 보니 내 고단한 인생도 참 딱하다. 아침 일찍 길을 나서도 한참을 더 가야 하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뭘 딱히 하고 싶지 않아 글을 쓰게 되는 여유도 챙길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정식 출근일은 저번주 금요일부터 시작되어서 그런지 월요일을 두 번 겪는 기분이다. 그럼 뭐 새로운 동료들에게 입사 인사를 두 번 하는 기분으로 가면 되려나 하는 내 나이도 이제 40을 향해 가고 있다.


와. 40이라니. 나는 전혀 크지 않은 느낌인데. 특히 외로움을 견디는 면에서는.


어찌 됐든 출근 후 첫 토요일에 내리 누워만 있었더니 거의 움직이지 않던 장이 살살 움직이는 느낌이 전해져 온다. 몸은 내가 얼마나 쉬었다 다시 일을 하든 오전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던 리듬을 금방 기억하나 보다. 그게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불편하기도 하다. 사실 나는 저번주부터 하게 된 일을 준비하며 올해 초반의 시간들을 보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나의 진로는 나의 것만은 아닌가 보다. 세상과 나와의 조합도 충분히 생각해야 평탄히 걸을 수 있는 게 진로의 본질이라면, 사실 지금 걷게 된 길이 나와 세상이 함께 걸을 수 있는 느낌의 길인 건 맞다. 그러니 다른 수는 없다. 지금 선택한 나의 수가 순탄한 흐름으로 느껴지는 이상, 나는 저항감을 버리고 흐름을 타야 한다.


아니, 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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