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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인애플 Oct 18. 2024

이상한 사람들을 이해하는 습관

첫 번째 이야기



요즘 들어 부쩍 재미를 붙이게 된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누비던 중, 길을 걷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 돌아볼 정도로 큰 소리를 내는 아저씨를 보았다. 정확히 무슨 소리를 내는 건진 알 수 없었으나 확실한 건 길 가던 행인들의 마음이 불편해질 정도로 반복해서 큰 목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를 지나치던 커플 중 한 명의 목소리가 그의 고함소리 뒤로 내 귀에 꽂혔다. '난 저런 사람 완전 극혐이야.'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으레 할 수 있는 그 반응이 나는 오히려 더 거슬리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나는


정신병동이 아니고는 생존할 수 없는 아빠를 아빠로 여기고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그런 나에게 이상한 사람은 잠깐 스치더라도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은데, 오히려 그런 이상한 사람을 마주한 정상적인 범주에 속한 사람들의 무신경한 차별적 발언들을 더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니까, 이상한 사람들을 아주 손쉽게, 그것도 극히 혐오한다는 말을 내뱉는 아주 흔하고 평범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그에 비해 가던 길도 멈추게 할 정도로 온 동네를 자신의 고함소리로 쩌렁하게 울리는 아주 이상한 사람 한 명은 30초도 걸리지 않아 '뭔가 아주 많이 힘드신가 보네.' 같은 단 하나의 생각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나라는 것. 그리고 이런 나의 다소 특별한 이해력으로 인해 결국 나는 지금 가족 외 그 어떤 사람과도 교류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런 이야기들을, 어쩌다 갑자기 마주친 이상한 아저씨 덕분에 시작할 수 있게 되었으니 역시 나는 이상함에 특화된 사람이다. 이제부터 풀어나갈 나의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모든 이상한 사람들과(유추해서 특정할 수 없게끔 진짜 그 사람의 실제와는 다른 설정들이 들어갈 테지만), 이상한 그들을 이토록 상세히 기억하며 여전히 그 사람들을 이해하는 나의 독특한 이야기는, 내 주변에 이상한 사람들이 전부 사라져 인간관계가 전멸해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펼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니까, 이제 정말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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