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게도, 럭키 걸

행운이 불러온 불행

by 김치즈

행운과 불행이 순간을 공존할 수 있을까.


희귀병을 진단받은 뒤로 늘 불행이라는 짙은 그림자를 업고 다니는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난 병원 안에서만큼은 난 럭키 걸이다.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만큼 병이 온몸을 잠식하여 곰팡이처럼 퍼져버린 몸뚱이를 이끌고 대학병원에 갔을 때부터 말이다.


처음 병원에 갔던 그날을 떠올려보면 말 그대로 ‘병원 투어’였다.

아직은 나름 제 기능하는 것 같은 신체와 학업 능력까지,

장장 수십 개도 넘는 검사를 하루 꼬박 받았었다.


“운이 좋으시네요. 다행히도 내부 장기나 치명적인 곳에 종양은 없습니다.”


여러 미디어에 노출되며 알려진 병과는 다르게 뼈가 무너지거나, 괴사 하지도 않았고, 뇌신경 안에 종양이 자라서 일상생활이 불편하지도 않으니 그야말로 불행 중 다행이라는 거다.


그렇게 불행한 나의 병에 가식 같은 행운이 공존하게 되었다.


그리고 삶의 모든 것은 모순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내가 느끼는 불행은 대체로 내 곁을 스쳐가는 깨끗하고 흰 피부를 가진, 이름 모를 건강한 사람과의 비교에서 오지만, 나의 병에 붙은 행운은 투명하게도 나보다 더 병세가 짙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에서 온다.


그리고,

그런 누군가의 불행이 나의 행운이 된다는 게 가끔은 나를 더 불행하게 만든다.

심지어 같은 고통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말이다.


그래서 나의 행운이 바싹 마른 풀숲 속에서 찾은 뽀송한 네 잎 클로버 같은 행운이 아니라, 장대비를 맞고 흠뻑 젖은 몸뚱이를 임시방편으로 이미 흠뻑 젖어버린 냄새나는 수건으로 닦는 것만큼 찝찝하고 텁텁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이미 방 안 가득 퍼져버린 곰팡이를 임시방편으로 닦아내고 그 위에 벽지를 발라두고 모르는 척을 하며 정신승리로 이룩한 행운 같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길어지는 날에는 결국 나의 행운들이 불행의 장마를 불러와 감정이 바닥까지 곤두박질치게 만든다.


그럼에도, 이 병이 더 이상 악화하질 않길 바라는 마음은 변함없다.

검사 결과, 이상 없다는 말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이런 행운이라 지속되길 바란다.


이렇게 오늘도 불행하게도 럭키한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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