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Summer

나에게 오지 않는 계절

by 김치즈

요즘 같은 날엔 스몰토크 단골 주제로 꼭 나오는 질문들이 있다.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하세요?”


단언컨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겨울이다.

코끝에 스치는 서늘한 공기와 온몸의 감각을 깨우는 상쾌한 기분

상상만 해도 너무 좋지 않나..?

게다가 내가 꽁꽁 싸매고 다녀도 그 누구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계절이니까.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남들처럼 건강한 삶을 살았어도 겨울을 좋아했을까?'


반면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은 여름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나에게 여름이란

긴팔과 공존해야 하는 고행길임과 동시에, 벌레와 습기, 공기 중에 섞여 있는 텁텁함

왜 더운데 긴팔을 입고 다니냐는 수많음 무례를 견뎌야 하는 계절이다.

남들 시선을 피해 수영장에 가지 않아 수영을 배워본 적도 없으니

잔잔한 바다를 보고 있지 않는 이상 물은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다만 병을 가지고 태어나

늘 마음 한구석에 세상에 관한 반항심과 한 틈의 삐뚤어진 마음을 달고 사는 나이기에

이번에도 단순히 삐뚤어진 궁금증이 생겼을 뿐이다.


사람의 성정이 있으니 어떻게 태어났든 싸늘한 공기를 좋아하는 건 똑같았겠지만

만약, 내가 건강한 몸으로 태어났다면 뜨거운 태양이 반가웠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 것이다.


핀터레스트에 나오는 외국인들처럼

여름에 나시 하나 입고 선글라스 끼고 아아를 마시는 즐거움을 느꼈을 수도 있고

수영장에 등록하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강습에 등록하기 위해 오프런을 뛰었을 수도 있고 말이다.


무릇 사람이란 항상 안 가본 길을 상상하기 마련이니까.

그러다 결국 내 안에 오지 않는 계절이 하나 있다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계절이 다르듯, 나는 그냥 처음부터 겨울을 안고 태어났을 뿐이라고.

그 즐거움을 여름으로 채울 수 없어서 힘들었던 계절을 겪고, 나의 계절을 여름으로 채우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나서인지 지금의 나에게도 여름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한밤에 돌아다녀도 생기 넘치는 사람들 속에서 함께 하는 산책의 즐거움,

집안에서 듣는 시원한 소나기 소리, 야장에서 친구들과 깔깔대며 마시는 생맥주까지

이런 나라도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것들 말이다.


이게 나의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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