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ten to my Heartbeat
세계에는 수천 개의 종교와 신앙 체계가 존재한다고 하지만
나는 신에게 나의 병을 빌지 않는다.
세상 모든 게 새롭고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까지 믿었던 순진했던 어릴 땐
나의 병이 기도를 통해 구원받을 거라 믿었던 순간도 있다.
병마와 평생을 싸워야 하는 딸이 걱정돼 세상 모든 신에게 기대고 싶은 엄마의 손을 잡고
수많은 절과 기도를 해야 했던 순간들도 있다.
하지만, 현대 의학도 풀지 못한 비밀을 더 이상 신에게 기대고 싶지 않다.
병에게 마음이 침식돼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싶은 날에도,
세상에서 나의 갑작스러운 부재가 누군가의 상처로 남지 않길 바라
나를 아는 모두의 기억을 지우고 아예 태어나지 않은 걸로 치고 싶었던 날도 말이다.
불경스럽게도 요즘에 하는 기도는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을 테니 이 숙취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뻔한 거짓말이거나
앞으로 사회에 헌신하며 착하게 살 테니
이번 주 로또 1등 명단에 끼워달라는 자본주의에 찌든 바람뿐이다.
그런데 딱 한 번,
일생에 정말 딱 한 번 신에게 간절하게 기도한 적이 있다.
몇 년 전,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밤낮없이, 주말까지 반납하고 일해야 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발표를 코앞에 뒀을 때 호적메이트로부터 늦은 밤 전화가 걸려 왔다.
“마음 단단히 먹어. 아빠가 쓰러지셨어. 오늘 밤이 고비일지도 모른대”
청천벽력은 이때를 위해 만들어진 말이었을까.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인데도, 이날은 정말 생생하게 기억난다.
당시 아빠는 급성 심근경색이었고,
구급차를 타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수술에 들어가신 상태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늦어졌고,
의사로부터 들었던 말은 상황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거였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누군가를 떠나보낸 적이 없었는데
가장 첫 번째로 겪게 될 수도 있는 이별이 아빠라니…
이건 진짜 내 삶에 너무 가혹한 일들만 생기는 거 아닌가.... 진짜 너무하네
심지어 그땐 일이 바빠 거의 반년 간 본가에 가지 못할 때였고,
닐만 하다가 아빠의 마지막 순간도 못 볼 수 있다는 현실에 죄책감까지 몰려왔다.
그래서 신께 기도했다.
‘우리 아빠 살려주세요.
그럼 더 이상 제 병으로 사는 게 힘들어도 원망하지 않을게요.
제 병 낫게 해 달라고도 안 하고 먼지처럼 사라지게 해달라고 빌지도 않겠습니다.
지금처럼 평생 병원 다니면서 살아도 괜찮으니까 우리 아빠만 살려주세요.’
지금 생각해 보면 울면서 갑자기 기도한다는 게
드라마에만 나오는 감성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당시엔 정말 간절했었다.
그리고 그 기적이 통했는지,
아빠의 혈액은 미세혈관 하나로 통하고 있었고 다행히 수술도 성공적이었다.
물론 지금도 마음이 무너지는 날이 많지만,
아빠를 생각하면 그때의 기도가 떠오르며 귀신같이 마음이 평온해진다.
여전히 바쁜 삶을 살며 일 년에 서너 번 보는 게 다지만
아빠를 만나 격한 포옹 하며 아빠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들으면
이 병도 참을만해진다.
내 병 때문에 흐릿해졌던 모든 것들이 선명해진다.
그리고 이제 안다.
내 심장 소리도 부모님에게는 살아갈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걸.
병이 있어도 심장이 뛰는 한, 함께 살아갈 이유가 있다고.
Can you feel my Heartb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