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가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냐며 대뜸 아트북 하나를 선물해 준 적이 있다.
일명 ‘스크래치 나이트 뷰’
뾰족한 펜으로 도안의 그림을 긁어내면, 안쪽에서 다양한 색깔이 드러나며 야경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뭐든 한자리에서 진득하게 하지 못하고
쉬는 날이면 무조건 침대 위에 누워 밀린 OTT를 보다 잠자는 나에게 이런 선물이라니....
심지어 나는 그 흔한 퍼즐 하나, 레고 하나 완성해 본 적이 없단 말이다.
게다가 나에게 선물을 준 친구는 누구보다도 내 루틴을 꿰뚫고 있었기에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무지 의도를 알 수 없는 선물에 의아한 내 표정이라도 읽었는지. 친구는 대뜸 한 소리 하고 사라졌다.
“안 하던 짓을 해야 안 겪어 본 행복이 오는 거야! 처박아두지 말고 당장 이번 주말에 다 하고 인증샷 보내”
친구의 말로 한 방 얻어맞은 나는 주말에 한 획 한 획 긁어가며 계획에도 없던 아트북을 완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안 하던 짓을 하면 안 겪어본 행복이 온다더니....
친구의 말 그대로 안 하던 짓을 하니 안 겪어 본 번뇌들이 오기 시작했다.
'잘되고 있는 건가? 이렇게 하는 거 맞아?' 하는 수많은 고뇌들
잘못하다기 삐끗해서 선이 너무 나간 순간에도
‘아 어떡하지? 망했네... 너무 티 나잖아..?’라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심지어 전용 펜은 어찌나 딱딱한지 내 손가락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결국 안 겪어본 길을 가면 고통뿐인 건가?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할 때도 친구에게 보낼 인증샷 생각에 꾸역꾸역 완성했다.
그런데 막상 완성하고 보니 너무 완벽한 게 아닌가.
심지어 삐끗한 부분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내 인생도 이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 순간 실수에 하자가 있었지만, 모든 순간, 순간들이 한 획 한 획 긁어가고 있는 순간이고, 고통의 순간이 와도... 삐끗하는 순간이 와도.. 완성이 있었으면.
문득 돌아보았을 때, 그런 것들은 보이지도 않고, 기억나지도 않는
아름다운 완성이었으면.
그리고 삶이 나에게 준 어쩔 수 없는 결핍을 인정하면서도
주저앉지 않고 나아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