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한 오후의 당근케이크

feel free this is for free

by y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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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글은 3년 전 만들었던 당근케이크에 대한 기록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당근케이크를 만든다는 것은,



당근을 갈고




버터를 녹이고




호두를 데치고 씻어

다시 한번 굽는다





그런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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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빡하면 지문을 갈고 있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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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처리한 호두를 칼로 조솨주고,

설탕과 계란을 휘저어 쫀득한 거품을 내어줍니다

사실 계란거품을 굳이 낼 필요는 없습니다..


애초에 당근케이크를 집에서 만들 필요가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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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받아서 한 장 더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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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중간사진이 어디갔지

아무튼 계란에 오일과 버터 녹인것을 섞고,

가루류를 체쳐넣고 슬쩍 섞고,

당근과 이외 부재료를 넣고,

가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섞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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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토사물의 비주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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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구워줬는데요

중간에 열어보니 영 힘을 못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실 베이킹파우더가 동나서 10그램 넣을거 5그램 넣었는데..

그래서 이런가 싶어요

하지만 인생은 그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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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와꾸얼굴만 괜찮으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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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못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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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러봐서 반죽이 묻어나오지 않으면 다 된겁니다

다 익었으니 됐습니다

사실 중요한건 얼굴이 아니라 익은 정도이니까요


무르익은 남성의 대표 다니엘헤니의 경우에도 어릴 때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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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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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가장 힘든 건 금쪽이 본인이겠죠

잠시 혼자 있을 시간을 줍니다


그동안 부모로서 크림..아이싱..필링..토핑..

뭐가 됐든 우리아이 얼굴 가리개를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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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팅은 정말 자유로운 영역입니다

결국 각자의 입맛을 따라가기 때문에 계량이 소용없습니다


클래식한 프로스팅은 크림치즈, 버터, 슈가파우더만으로 묵직하게 만들지만

가벼움을 위해 요거트나 생크림을 섞기도 합니다


저는 몽땅 다 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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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 200g 한 통을 전부 넣어줬습니다

근데 189g이네요

유청(치즈에서 분리된 하얀 물)을 따라내서 그렇겠지만 속은 기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엄마도 제가 천재인 줄 알았다가 속은 기분일텐데

그것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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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는 저만큼 넣고 좀 더 넣었습니다

..이래서 계량이 소용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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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치즈와 버터를 먼저 잘 풀어준 뒤

생크림, 연유, 슈가파우더 등등을 추가해 돌려주었습니다

사실 슈가파우더가 없어서 전분과 설탕(슈가파우더 주재료)으로 대충 대체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이것은 이가 없으면 잇몸을 뽑아버리는 레시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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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키한 게 아주 괜찮은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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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릭요거트 넣고 요거트크림도 만들었습니다....

레몬이든 오렌지든 제스트를 넣으면 좋겠지만

그딴 거 없어서 레몬즙을 살짝 추가했고,

쉽게 녹기 때문에 휘핑을 바짝 올려줬습니다

분명 집인데

집에가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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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싸서 냉장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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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남은 토사물반죽은 작게 팬닝해 컵케익으로 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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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곰보(욕아님) 형제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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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보기용으로 가장 작은 친구를 먹어봤습니다


달지 않고 촉촉한 당근케익입니다

예상보다 강한 생강향에 어쩐지 광장시장 한방족발이 떠오르지만..


애써 눈을 감고 더블린에서 우아한 할머니가 운영하시는 귀여운 케익샵을 그려봅니다

여긴 존나 영국이고 저는 홈베이킹으로 심리치료중인 스킨스 에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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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가다듬고.. 난리가 난 주방을 치워줍니다

빵좀 굽다보면 이정도 난리는 난리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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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힘들어서 맘마 좀 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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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시발 밥잘먹고 이게 무슨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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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었죠?

오늘의 베이킹은 순항중입니다


이제 이놈을 반갈죽 해 줄 건데요

누군가를 반갈죽 하는 일이 으레 그렇듯..

한 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아주 신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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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또 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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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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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애는 속살이 예쁜 타입인데 제가 몰라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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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프로스팅을 발라줍니다

어차피 뚜껑을 덮으면 놀려서 튀어나오므로

너무 퍼지지 않게 가볍게만 펼쳐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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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을 올려주니 중간 프로스팅이 살려달라고 삐져나옵니다


계획대로 되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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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윗부분 프로스팅을 발라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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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귀엽다고 보여지면 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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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케익에는 요거트 프로스팅을 발라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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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너무 귀엽지 않나요?

너무 귀여워서 자주 먹고 싶은데.. 사먹으려면 하나에 6억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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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조각들은 퍼먹는 케익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와중에 한조각 맛도 봤습니다


매끄러운 프로스팅과 촉촉한 빵이 잘 어우러져 맛있는 케이크가 되었습니다.

호두와 크랜베리를 추가로 넣길 잘 했습니다. 중간중간 씹히며 식감을 더해줍니다.

다행히 광장시장 한방족발냄새는 더 이상 나지 않습니다

사실 그거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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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째인지 모를 설거지를 해주면 정말 끝입니다

언제나 시작과 끝은 설거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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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케익들은 냉장했다가 내일부터 먹습니다


케익을 만들고 바로 먹는 건 바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전 자주 그럽니다)

하루 정도 지나면 맛이 안정되고, 전체적으로 수분이 돌아 훨씬 맛있어집니다.


개인적으로 썩기 직전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합니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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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다음 날 잘라 본 사진인데요

딱 봐도 성공 아닌가요?

제가 또 해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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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을 다한 케익은 넘어뜨려서 먹어줍니다

사람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가지만

당근은 흙에서 나서 제 뱃속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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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무료한 오후의 당근케이크> ..끝입니다


- 제작 배경: 보통은 묵직하고 찐득하게 구워낸 당근케익을 선호하지만,

오늘은 왠지 촉촉하고 가벼운 스타일이 먹고싶어 만들어 보았습니다


- 소감: 베이킹 과정을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공개하는 건 처음이라 정말 보람찼습니다


- 현재심리: 개인적으로 무료할 때는 그냥 무료하게 있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 추후방향: 존나 지쳐서 술이나 먹고 자야겠습니다..






당근머핀 by 도쿄 Merci Bake 타시쇼타 쉐프

(원 7개분 X 2배합)





-달걀 4개 (저는 3개가 쌍란이었습니다)

-머스코바도 200g (백설탕150 메이플시럽 50 )

-카놀라유 300g (카놀라유 190 버터 110 )

-당근 400g

-박력분 340g

-시나몬가루 6g

-생강가루 2g

-소금 2g

-베이킹파우더 10g (6g 미만으로 넣었습니다)

-베이킹소다 4g

-호두 두 줌, 건조 크랜베리 한 줌 (생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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