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체하다

꺅! 내 머리 왜 이래?

by 체고

매일 아침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생각은 '아침 뭐 먹지?'이다. 사실 고민하는 날이 별로 없다. 그 전날 저녁이면 먹고 싶은 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밥 먹기를 위해선 야식을 다음날 아침으로 미룰 수 있는 초인적인 절제력이 필요하다(물론 잘되지는 않다).


이렇듯 인생이 밥 먹기로 채워진 삶이지만 아침을 먹기 전 체할 때가 있다. 그건 바로 내 삐쭉삐쭉 머리 때문이다. 자고 일어나서 베개에 이리저리 눌린, 부랴부랴 샤워기로 적셔봐도 금세 삐죽삐죽 해지는, 미용실을 간지 얼마나 되었던가... 곱씹어야 하는, 곱슬기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고데기도 잘 먹지 않는, 어깨에 닿는 애매한 기장의 내 머리.


하지만 이런 머리에게도 볕 들 날들이 있었다. 바로 미용실 다녀오고 일주일이 지난 후! 그런데 요즘따라, 아니 한 번씩 가다 미용실을 다녀왔는데도 왜 이러냔 말이다. 다른 사람들과 SNS를 들여다보면 다들 찰떡같이 어울리는 예쁜 머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내 머리는 왜 이렇게 삐쭉삐쭉할까?


나의 어머니께서는 반곱슬이시다. 스타일링하기 좋다고 자신의 반곱슬을 사랑하신다. 머리는 스스로 자르시고 미용실은 가지 않으신다. 다만 흰머리 때문에 염색을 항상 고민하신다. 난 아직 흰머리는 없지만 곱슬은 없다. 혼자서 머리를 못 자르니 미용실은 필수다. 한 친구는 곱슬이다. 볼륨이 있어서 부럽다고 했더니 직모인 내가 부럽다고 했다. 자신은 6개월마다 매직을 한단다. 그렇구나. 그럼 나도 6개월마다 파마를 하면 머리에 대한 체함은 사라질까?


사람들을 다시 돌아본다. 쇼트커트, 단발, 스포츠 컷, 웨이브, 긴 생머리 등 다양하다. 고민도 다양하다. 스타일링은 둘째치고 탈모, 머릿결, 색깔 등. 고민이 없는 사람도 있어 보인다. 차마 머리까지 체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 체한 느낌이 싫어서 그런 분들마저 부럽다면 내가 이상한 걸까?


언젠가 한 번 내 머리에 급하게 체했다. 머리 때문에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미용실에서 파마를 해도 머리가 맘에 들지 않았고 가라앉은 기분은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내 삶을 위해서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나만의 소화제를 만들기로 결정했고 겨우 만들어진 소화제는 '청결하기만 하자!'였다. 청결하기 위해선 샴푸로 머리를 감고 잘 빗어주기만 하면 된다. 앞머리가 어디까지 와 있던 눈만 찌르지 않을 정도면 되었다. 기장이 어디까지 든 뻗치든 말든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남의 눈은 '오늘 하루' 신경 끄기로 했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갔다. 어느 날엔 머리가 괜찮았고 어느 날엔 포기해야 했지만 서서히 머리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날은 줄었다.


나는 '머리에 쓸 여유 없음'까지 부러워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했다. 단순 외출을 위한 머리에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청결하고 잘 빗어주기만 하면 그 누구도 내 머리에 관심 가지지 않았다. 이제 나는 내 머리가 그렇게만 해도 꽤 괜찮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도 가끔가다 체한다. 그럴 땐 머리 냄새를 맡아본다. 향긋한 샴푸 냄새가 풍기면 심란했던 마음이 괜찮아진다.


또 이 세상엔 수많은 모자가 있으니까! 뭐라고? 모자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나도 그렇다. 허허 다 신경 쓰기 싫어서 지금은 청결만 챙기고 있다. 그럼에도 좋은 점이 보이더라.


됐고 이제 식욕도 돌아왔겠다, 아침밥을 먹어볼까?

고23.jpg "내 머리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