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체하다

거울아, 거울아, 이게 진짜 내 얼굴이니?

by 체고

하루에도 몇 십 번을 보는 거울. 오늘 또 내 얼굴이 맘에 들지 않는다. 비대칭인 눈, 혈색 없는 입술, 울긋불긋한 피부, 튀어나온 광대. 아, 참! 이젠 없어지지도 않는 다크서클까지. 와, 늘어놓고 보니 정말 엄청나잖아. 예쁜 사람이 많은 세상이다. 다들 빛이 나는 듯한 어울리는 얼굴과 스타일링을 가지는데 왜 내 얼굴은 이리도 못났느냔 말이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데 내 웃는 얼굴에 나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속이 불편하다.


유전이라 내가 바꿀 수 없는 영역이고 이 얼굴에 관심 갖고 살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고 싶은데, 남들 시선은 둘째치고 나, 내 시선이 가장 문제다. 아니, 한 인간이 태어나 자아를 가지면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남들을 보며 만들어 놓은 추구미와 나의 도달가능미가 다를 때 정말 머리가 아프다. 바꿀 곳이 많아 성형 엄두도 안 난다. 하하 야(옆에 아무도 없다.), 어디서 붕어 말린 것 좀 가져와봐. 스트레스받아서 좀 먹어야겠다. 체할 거니까 아예 약이랑 같이 갖다 줘.


얼굴은 머리와 다르다. 이건 신경을 끌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내 몸 제일 위 그리고 앞에 있는 이것은 남들에게 나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것이라 참으로 성가시다. 나도 남들의 얼굴을 보고 많이 판단한다. 어쩔 수 없다. 이 세상이 체한 채로 살아가는 나에게 좀 녹록지 않은 부분이 많아서 일단 상대를 만나면 판단할 수밖에 없다. 나에게 위협이 되나, 안 되나. 고양이도 판단한다. 그 "얼굴"을 보고!


고24.jpg 손거울을 보고 있는 체고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나의 괭이밥(소화제)은 있단 말인가. 나름 고민해 봤지만 해결책이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나의 찬란한 남은 생을 위해 꾸역꾸역 소화시키고 있다. 그 방법의 첫째는 청결하기이다. 얼굴 피부 상태와는 상관없이 지신의 청결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 도달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클렌징폼으로 씻기, 선크림 발랐으면 오일로 지우기 등. 이건 꿀팁인데 여드름이 생기면 꼭 알코올로 소독하고 건드리고, 다시 소독하고 후시딘 발라주면 빨리 낫는다.


둘째는 화장하기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화장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회사를 가거나 면접을 보거나 친구를 만날 때도 화장을 한다. 취미이고 즐겁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그걸 즐기지 못하는 기질을 타고났다. 다만 색깔, 색조합에는 관심이 있는 편이고 입술이 부담이 적어 나의 모든 관심사는 립 메이크업으로 쏠려 있다. 그래서 베이스는 선크림 하나, 아이 쪽은 쉐도우 하나, 볼터치는 최근에 추가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싹 다 립! 립! 립! 틴트, 립스틱, ~밤 등. 색깔, 제형 여러 가지가 있다. 그나마 신경 쓰는 부분인데 본 입술이 그렇게 예쁘다고는 할 수 없다. 주름도 많아서 트기도 잘 트고,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포진의 흔적도 있지만 이 입술로 맛있는 것도 먹고, 싫은 사람 신랄하게 비판한 것도 생각하면 아주 사랑스러운 것이다.


얼굴이 예쁘고 피부도 좋으면 좋겠지만 그게 필수인 경우는 잘 없어서 다들 나처럼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항상 잊지만 건강, 스트레스가 안색을 좌지우지하니 다들 얼굴에 체하지 않는 인생을 살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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