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재원 May 29. 2024

나의 현재는 과거의 인연이 만들었다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교수 중에 굉장히 유명한 부자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분이 교수가 되기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물어보니 일본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었다고 했다. 대단한 사람이었구나하고 넘어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훨씬 극적인 인생을 산 분이었다. 


극적이었다고 해서 뭔가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았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다른 게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빌게이츠와 함께 일을 했었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의 빌게이츠는 요즘과 같은 신사 이미지 보다는 전형적인 오타쿠 느낌이 강하다


능력이 있으니 빌 게이츠가 그를 일본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자리까지 임명했겠지만, 세상에 능력 있는 사람이 한 둘이겠는가? 하필이면 미국에서 취직한 회사의 대표가 빌게이츠였고 회사의 대표가 현재의 IT 세상을 만든 주인공이 될지 누가 알았을까.


아주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인연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게 우리들의 현재와 미래에 개입한다. 좋은 인연을 만나 행운을 얻을 수도 있고, 반대로 끔찍한 악연을 만나 인생의 한 시기에 무척 고생할 수도 있다. 나도 살면서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그런 경험을 겪으면 인간 관계는 참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점점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악연은 좋은 인연을 만나기 위한 과정에서 치러야 하는 비용일지도 모른다. 악연이 무섭다고 누군가를 만나지 않는다면 좋은 만남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나에게 도움이 될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다분히 행운의 영역에 속할지 모르지만, 이런 확률 자체를 높일 수는 있다. 바로 현재의 교육기관이 그런 역할을 한다. 학교는 무엇인가를 배우는 곳이지만, 그런 기능 못지 않게 나의 미래에 영향을 줄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교육은 만남의 양적, 질적 수준을 비약적으로 높여 준다. 사실 이런 점이 소위 말해 명문대를 졸업하는 가장 큰 이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좋은 만남의 확률 자체가 높아진다고해서 그것이 바로 본인의 인생에 성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만남은 어디까지나 시작일 뿐, 숙성의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고 어느정도의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섣불리 서로의 이익을 도모하는 관계를 맺지 않는다. 


그렇다고 깊이 있는 만남만이 좋은 것도 아니다. 적절한 수준에서 인간 관계를 유지할 때 본인의 가치가 가장 높아진다. 왜냐하면 완벽한 인간은 없고, 보통 인연의 시작 지점에서는 상대의 장점을 봤기 때문에 관계가 시작되는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숨겨졌던 단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과정이 끝난 후 한 사람의 장점과 단점이 상쇄된 결과, 여전히 자신에게 득이 된다면 관계가 유지된다.  


나의 장점은 최대한 드러내고 나의 단점은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어떤 수준이 가장 효과적인 인연 맺기의 방식인 것이다. 물론 이런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인연은 결국 안 좋게 끝나거나, 아니면 서로에게 무관심해지다가 결국 관계가 소멸되고 만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루어낸 모든 성취를 자신의 능력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대 사회에서 사람은 혼자서 한 끼 식사도 해결할 수 없다. 마트에 식재료가 진열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필요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상상이 갈 것이다. 


사회적인 업적이나 업무에서의 성과도 마찬가지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다른 사람과의 협업을 통해 구현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을 만나서 어떻게 서로 소통했는지가 거의 모든 것이라고 말해도 과하지 않다. 


그래서 나의 현재를 평가하고 나의 미래를 예측하고 싶다면, 과거와 지금 현재, 누구를 만나 어떻게 소통했고 소통하고 있는지 보면 알 수 있을지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불편함을 견뎌내야 편안함에 이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