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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원 Jun 14. 2024

AI는 교육과 학습 환경도 변화시킬까?

글 싣는 순서

1. AI는 교육과 학습 환경도 변화시킬까

2. 개인 맞춤형 학습을 위한 AI 학습시스템의 발전 과정 

3. 교육 환경과 학습자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학습분석 방법

4. 생성형 AI의 부상과 맞춤형 학습시스템

5. AI 맞춤형 학습시스템을 이용한 기업 교육과 평생 교육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대중은 열광하고, 자본은 모여든다. 기술에 대한 기대는 풍선처럼 실체에 비해 한없이 과장되고 포장되며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허망하게 거품이 터지고 만다. 그런 기술 중 일부는 고난의 시기를 거치고 살아남아 사회 전반에 보급되고, 한 시대를 이끌어 간다. 가트너의 신기술 하이프 사이클(Gartner Hype Cycle)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스토리다. AI는 이런 극적인 스토리를 벌써 세 번째 반복하고 있는 유별난 존재다. 물론 시즌이 진행될수록 기술의 실체는 탄탄해지고, 현실적인 쓰임새도 늘어가고 있어, 이번에야말로 해피엔딩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 보이긴 하지만,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챗GPT의 등장 이후 AI 기술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가 자리 잡은 것 같다. AI 기술이 이전 시대에 비해 분명히 진보되었고, 많은 분야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고는 있다. 그렇다고 여전히 만능의 도구가 아닌 것도 분명하다. 별로 주목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지만, AI가 전혀 힘을 쓸 여지가 없는 분야도 아직은 많다.


기술적 원리에서 보자면 현재의 AI는 정량화가 가능한 문제에서만 잘 동작한다. 정량화라는 의미는 숫자로 표현되는 데이터가 있는가의 문제로 바꿔서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가 고양이 사진을 입력받아 고양이라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고양이 이미지가 완벽하게 숫자 데이터로 변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AI 기술은 교육 분야에 잘 맞을까? 다르게 말하면, AI가 학습자의 학습 동기가 충만한지, 학습 진도를 잘 따라가고 있는지, 특정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학습자에게 딱 맞는 코칭을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다. 이에 대한 답변은 앞에서 이미 말했다. 해결하거나 개선할 문제에 관한 데이터가 있으면 AI가 개입할 수 있다.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자연스레 교육에서 AI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구분된다.  


예를 들어 AI가 학습자의 동기와 정서적인 영역을 인지하고 이에 맞춰 적절한 교육적 처방을 내릴 수 있을까? 대답하려면 먼저 따져 보아야 한다. 학습자의 동기와 정서를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는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런 데이터는 없거나 수집하기 어렵다. 따라서 AI가 인간 교수자처럼 학생의 정서적인 측면을 보살피거나 학습 의욕을 관리할 수는 없다. 교육에서의 AI 활용(AIED : Artificial Intelligence in Education) 시대가 와도 교수자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다. 


반면, AI가 학습자의 학습 진행 상황을 진단하고 현재 수준에 맞게 적절한 학습 콘텐츠와 학습 순서를 추천하는 일은 어떨까? 이런 학습자의 인지적인 역량과 상태에 관한 데이터 수집도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하지는 않다. 학습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진행된다면, 학습자의 지식수준과 학습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쉽게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AI는 이런 일에서 인간 교수자보다 더 빨리, 더 많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처음 질문으로 되돌아가보자. “AI를 교육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까? 또는 교육 분야에도 잘 활용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반은 그렇고 반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 기관에서 교수자가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역할에 비추어 보면, 현재의 AI는 교수자의 일부 역할만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대해 실망하거나 과소평가할 이유가 없다. 교수자의 일부 역할이라도 대체 가능하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고,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큰 실익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AI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 시스템에 대한 글을 연재하기 전에 먼저 AI가 교육 분야에도 적절한 기술인가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한 것은 기술에 대한 과장된 광고나 과도한 기대가 불필요한 논쟁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AI가 진화를 거듭하다가 결국 인간을 지배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인 관점에서 교사의 존재 가치가 부정된다거나 AI에게 교육과 학습을 맡기는 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한가에 대한 논쟁은 충분히 고민해 볼 가치가 있는 물음이지만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다소 불필요한 걱정이다. 현재의 AI가 그 정도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공교육이 시작된 이래 교육과 학습 환경에 큰 변화를 불러온 몇 번의 기술 발전이 있었다. 오디오/비디오 매체의 등장, 개인 컴퓨터(PC)의 등장, 인터넷의 보급, 모바일 기기 보급, 그리고 지금의 AI 기술이다. 모든 기술은 초기의 짧은 혼란을 극복하고 교육 현장에 무리 없이 안착되었고, 아마 AI 기술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이다. 


그러나 AI를 활용한 교육은 초기에 혼란이 조금 더 오래 지속될 수는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AI 이전의 기술은 학습 콘텐츠를 학습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혁신이었다. 즉, 학습 콘텐츠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더 자유롭게 벗어나는 방향으로 계속 진화, 발전해 왔고 기술이 교수자와 학습자가 이용하는 단순한 도구일 뿐이라는 본질이 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AI를 이용하면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인식되는 “판단”과 “추론”의 기능을 기술에 맡긴다는 부담이 발생한다. 학습자의 인지적 영역에 대한 판단을 AI에게 일부 위임한다는 이 지점이 바로 불편한 감정과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판단”과 그에 따라 실제 교수학습 전략을 “결정”하는 일은 다르고, 교수자는 여전히 결정권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반론이 있다. 또한, 그렇다면 AI 기술을 이용하지 않았을 때는 교수자가 학습자의 인지적 영역을 잘 판단해 왔냐는 반문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교수자들은 관리해야 할 학습자 수가 많고 행정적인 업무로 인해 개별 학습자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고 맞춤형 학습 전략을 제시할 여유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렇듯 AI의 교육적 활용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현실적인 우려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현장에서 AI의 활용은 점점 확산되어 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도 생명체처럼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계속 발전을 거듭한다. 기술이 발전한다는 것은 단지 더 빠르고 더 많은 기능이 추가된다기보다는 대중과 현실적 환경이 원하는 방향으로 적응해 간다는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다.           


<최재원, 월간 HRD 2024년 6월호 AI Based Learning System Series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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