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지키기 위한 고민, 브랜딩

사랑하는 사람들과 애정하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

by 채정


올해로 9년 차 직업인이 됐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다 보니 다양한 회사를 경험했다.

(중견 기업, 스타트업, 프리랜서, 대기업을 거쳐 지금은 창업 3년 차 기업에서 새롭게 성장 중이다.)


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었다면 브랜딩에 대한 고민이다.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이 욕심이 성장의 원동력이 될 때도 있었고,

권한을 넘어선 건방진 마음이 될 때도 있었지만

아무 의견 없이 끌려만 가는 짐 같은 존재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은 9년 내내 같았다.


때문에 브랜딩에 관련한 자료나 책을 틈틈이 읽었지만 나는 조직의 구성원(마케터도 아니었다)일 뿐이었기에

지금까지는 개인 차원에서의 브랜딩에 더 집중했었다.


그리고 애정하는 사람들과 작은 규모의 사업을 꾸려가고 있는 지금, 다시 한번 브랜딩을 생각하게 됐다.

우리가 함께 하는 일을 널리 알리고, 오래 지키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왜 브랜딩일까]

"브랜딩이란 나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 세상에 분명히 새기는 과정입니다."


입사 초반, 수익성이라는 단어에 목이 말라 돈을 벌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표님이 근사한 곳에 데려가 저녁을 사주며 말씀하셨다.


"난 네가 즐겁게 일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흘러 언젠가 헤어지게 되더라도, 우리가 함께 일했던 시간들이

너의 인생에 아주 행복한 순간으로 남을 수 있도록 말이야."


그날 우리의 일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의미를 끝까지 지킬 것이며, 우리의 진심이 통한다는 것을 세상에 증명해 내겠다고 다짐했다.


영화 <클로저>의 명대사

진심이라는 건 말로 전해지지 않는다.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말 뿐인 진심은 '공허할 뿐'이다.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했다.

'브랜딩'은 회사(또는 제품)가 갖고 있는 가치를 직관적으로 그려내어 전달하는 일이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바로 느낄 수 있는 에너지 같은 것.


그래서 우리의 일을 어떻게 '브랜딩'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동안 읽었던 자료들을 다시 읽어보며 브랜딩의 방법에 대해 정리해 보기로 했다.




[마케팅 전문가가 말하는 브랜딩의 5-Step]


1. 차별화된 정의(one message)

'우리는 어떤 브랜드인가?' 또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성을 갖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다른가?'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메시지는 명확해야 한다.


2. 과정형 콘텐츠(content)

일반 고객에서 팬으로 가는 첫걸음이 여기에 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일하며, 사람들은 결과물보다는 과정을 보면서 진심을 느낀다는 것을 체험했다.

그래서 브랜드는 진정성과 지속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마케터 윤진호 작가는 예시로 '봄마음(링크)'이라는 숟가락을 설명하면서 '과정을 공유하면,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함께 타오른다'는 말을 덧붙였다.


3. 고객과의 지속적인 소통(storytelling)

"브랜드란 결국, 왜 시작했고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은지를 꾸준히 말하는 거예요."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꾸준히 지속할 것. 허울뿐인 메시지라면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없다.

진정성 있는 메시지여야만 이 단계까지 도달할 수 있다.


4. 고객 경험 설계(experience)

여기서부터는 브랜드의 이야기가 누구에게 전해지는지가 중요해진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모든 브랜더들의 꿈이겠지만, 모두를 겨냥하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메시지를 토대로 이를 보여줄 수 있는 딱 한 사람, 즉 '페르소나'를 설정해야 한다.

(실무 관점에서도 페르소나가 있다면 홍보/마케팅의 효율성이 폭발적으로 올라간다.)

예시로 이어폰 브랜드 '사운드본'의 페르소나는 러너다. 이들은 러닝 크루들과 콘텐츠를 만들면서 바이럴을 진행했고, 그 결과 사운드본이라는 제품의 정체성을 시장에 각인시킬 수 있었다. '가성비 좋은 무선 이어폰'이라는 메시지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매력적이다.

사운드본 인스타그램


5. 성장 모델(growth)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 타겟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면,

1) 고객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으며

2) 나아가 시장에서 어떤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앞서 예시로 든 사운드본은 러너들의 일상과 취향을 반영하면서, 나아가 스포츠 전반과 음악 애호가를 위한 사운드 기기로 확장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처럼 비즈니스의 중심 가치를 지키면서 유연하게 성장할 수 있다.

변하지 않는 것: 비즈니스 가치(음악과 운동의 연결)

변하는 것: 비즈니스 구조(타겟과 상품군의 확장)




글로 정리하고 보니 유의미한 성장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이야기를 전하느냐가 중요했다.

('무엇을 어떻게 팔까'보다는, '어떻게 팬을 만들까'가 중요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애정하는 일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고민이기에,

누구에게 어떻게 이야기를 전달할지는 아직 막연하다.

하지만 희망적인 사실은 우리가 아주 작은 회사라는 것.

작기 때문에 더 유연하게 움직이고, 더 많이 시도하며, 더 빠르게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


무엇보다 변하지 않을 가장 확실한 팬, 그게 바로 '나'이기에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기획 용어 중 '프로덕트 아웃 전략'이라는 개념이 있다.

시장의 니즈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가 니즈를 정의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전략에는 내가 만족하는 서비스를 만들면, 나와 비슷하거나 나와 잘 어울리는 사람들도 그 서비스를 사랑하게 된다는 사실이 전제로 깔려 있다.


진정성은 자기만족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 회사는 예술을 사랑하는 대표님으로부터 시작했다.

대표님의 진심과 애정이 각자의 자리에서 다르게 살아오던 사람들을 뭉치게 만들었다.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건 숫자가 아니라, 일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자부심이다.

그리고 이것이 변하지 않는 중심 가치, 브랜딩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참고 자료

이오플래닛, '스몰 브랜드 99.9% 시대의 브랜딩 5단계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