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민 상괭이도 배려해주세요..
추자도에 대규모 풍력 발전단지가 만들어집니다. 아주 반가운 일입니다. 제주의 모든 화석 발전을 대체할 만큼의 기념비적인 이정표가 될 것 같습니다. 거대한 풍력 발전단지의 전경은 새로운 관광지가 될 수도 있고, 여기서 생산해 낸 여유 전력은 제주도의 공공재로서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주도의 ‘순간 최대 전력 수요량’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늘어왔는데요. 2025년 8월 1일, 1156.4MW(=1.15GW)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추자도에 건설 예정인 풍력발전 단지의 용량 2.6GW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죠. '이런 대용량 발전시설의 마련이 굳이 필요한 거냐?'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활 기반 시설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만들어져야 할 테니, 탈탄소 사회를 위한 화석연료 발전 방식의 대체를 위해서,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단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미 전기자동차가 제주도의 전체 차량 중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AI 사용 증가, 개인 전력 수요량 등은 앞으로 더욱 늘어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발전시설의 확충은 당연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환경을 위한다지만 한편으로는 환경을 해치는 일이 종종 일어나거든요. 소리 없이 간과되고 있는 부분, 바로 추자도에 터 잡고 살아온 수많은 생물에 대한 상호작용과 보호를 위한 조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그렇습니다. 마치, “인간들이 전기를 많이 써야 해. 그래서 환경친화적인 전력을 만들어야 하거든, 그러니까 너희 인간이 아닌 도민들은 이해해라.”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듯합니다.
추자도에 살고 있는 인간이 아닌 대표적인 도민, ‘상괭이’는 돌고래 중에서도 수중소음에 민감한 쇠돌고래류인데요. 등지느러미도 없고 눈에 잘 띄지 않게 체구도 작습니다. 천적에게 노출되지 않기 위함인지 늘 조용하고, 작고 부끄럼을 많이 타는 녀석으로 알려져 있죠. 이 상괭이는 멸종위기종으로 아주 귀한 친구지만, 매우 기쁘게도 우리 제주의 이웃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풍력 발전단지가 건설돼도 상괭이가 제주도를 터 잡아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가 친환경 전력 소비라는 목적을 이룸과 동시에 다른 생물들과도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와 같은 고민, 이를 위한 연구, 분석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지적이 ‘탈탄소·친환경 프로젝트’ 때문에 나오고 있는 것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거대한 친환경 프로젝트’가 또 다른 방식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의 소비’가 ‘기후 위기’는 피하더라도, 상괭이와 같은 ‘우리 이웃의 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만들어진 위기는 결국에는 다시 우리에게 어떤 형태로든 되돌아오지 않을까?’라는 섣부른 걱정도 됩니다.
제주도는 추자 풍력 발전단지를 통해 매년 1,300억 원의 ‘도민 이익 공유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우리가 얻게 될 이 큰 혜택을 조금만 자연과 나누려는 노력이 수반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ESG라는 경영 개념이 있는데요, E(Environment_환경), S(Social_사회), G(Governance_경영), 이 세 이해관계자를 동시에 염두에 두는 ‘지속 가능 경영’을 말합니다. 이번 풍력 발전단지 개발에 이 ESG를 대입해 보면, G(경영)는 제주도정의 투명성, 공정성을 뜻할 것이고, S(사회)는 이와 관련된 사업자, 추자도민, 전력을 구매·사용하는 사용자 등 관련 사회구성에 대한 책임을 뜻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E(환경)는 추자도의 자연과 지역에 거주하는 다양한 생물들에 대한 배려를 뜻하죠.
저도 한 사람의 도민으로서 본 풍력 발전단지의 조성이 ‘ESG 경영’을 정부에서 구현해 낸,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되기를 염원합니다. 그리고 그 성공을 위해,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E(환경), 다시 말해 그곳에 거주하는 인간이 아닌 지역민들, 인류와 공생 중인 다양한 생물종들에 대한 충분한 소통과 배려가 수반되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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