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들께서 많이 호소하시는 어려움으로는 학습동기의 부족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무기력하다", "공부에 대한 의욕이 없다" 등입니다. 이에 대해선 학생 각자의 환경,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된 해결책을 찾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기(motivation)를 높이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학습동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적정 난이도의 과제를 제시해 주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너무 쉽지 않고 어렵지도 않은 난이도의 영역에서 머물게 해야 합니다. 그럴 때 아이는 몰입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특정 과제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죠. 만약 과제가 너무 쉽다면 아이는 지루함을 느낄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주변 자극으로 주의를 빼앗기기 쉬운 상태가 될 것입니다. 반대로 과제가 너무 어렵다면 과제에 임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과제에 임하기까지 심리적 저항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겨우 과제를 시작하게 되더라도 '잘 해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에 하기 싫고 불편한 마음을 느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버티는 힘까지 부족한 경우(예:기질성격검사에서의 낮은 인내력), 작은 불편감만 생겨도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말 것입니다.
심리검사를 진행하다가 이런 경향을 뚜렷하게 가진 아이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무기력이 주호소인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 아이는 가장 쉬운 난이도인 문제에서 틀렸지만 가장 높은 난이도의 문항을 맞추는 특이한 패턴을 보였습니다. 또한 주의력을 측정하는 소검사에서도 쉬운 난이도보다 좀 더 어려운 형태에서 더 나은 수행을 보였습니다. 주목되는 특징은, 자기에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에 한해서는 끝까지 붙들고 늘어져 결국 성공시킨 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아이는 동기가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일상에서 드러날 기회가 없었을 뿐, 적정 난이도 하에서는 탁월한 끈기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던 것이죠.
경험 상 이런 유형은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아이들에게서 종종 발견되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아이들은 흔히 '머리는 조금 좋은 것 같은데, 산만하다'는 평을 듣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평상시의 산만한 모습과 달리 어떤 영역에서 탁월한 수행을 보이는 것이 대조적으로 눈에 확 띄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는 '학습의욕이 없고, 옆 친구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아이'로 알려진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 자신도 은연중에 그런 부정적 이미지를 자신의 모습이라며 내면화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적정 수준의 난이도로 된 과제 및 성취에 대한 칭찬이 꾸준히 제공되면 어떨까요? 다른 아이들에 비해 큰 폭의 변화를 보이지 않을까요? 가장 크게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은 아이가 공부에 대해 갖는 인상이 바뀐다는 점입니다. 공부가 반드시 고통스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는 거죠. 공부에 대한 느낌의 변화는 추후 아이가 자기 주도 학습을 해나가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자기상의 변화도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내가 다 잘하진 않지만, 적어도 이 것(혹은 과목) 만큼은 잘하는 것 같다'라는 느낌이 점점 자라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적정 수준의 난이도를 잘 제공해줄 수 있을까요? 먼저 문제 자체의 난이도를 좀 더 쉽거나 어려운 것으로 조절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다가 몇 가지를 추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과정을 쪼개어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만약 너무 버거워보이는 과제나 행동이 있다면, 1단계, 2단계, 3단계로 나누어 점진적으로 성공시켜가는 것입니다 (심리학을 공부하신 분이라면 행동심리학의 shaping이 떠오르실 겁니다). 예를 들어, 저의 어린 딸이 줄넘기를 처음으로 갖게 되었습니다. 몇 번 시도해보고 줄을 넘기는 것조차 쉽지 않자 딸아이는 이내 짜증을 내며 줄넘기를 내동댕이 쳤습니다. 저는 연속동작의 과정을 잘게 쪼개었습니다. 그리고 딸아이에게 먼저 줄을 뒤에서 앞으로 넘기고(1단계), 가만히 멈춰있는 줄을 폴짝 뛰어넘으라(2단계)고 했습니다. 그리고 비슷하게라도 성공했을 경우 칭찬을 듬뿍 해주었습니다. 눈 앞의 과제가 만만해지자 신기하게도 딸아이의 태도와 눈빛이 변했습니다. 이후로는 신나게 이 두 동작을 반복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언니들 만큼은 아니지만 어쨌든 '줄을 넘기'는 하고 있었으니까요. 스스로 만족스러운 듯 보였고, 점차 잘하는 모습을 스스로도 느끼자 더욱 열심히 해보려 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딸아이는 결코 언니들 수준의 줄넘기에 성공하진 못했습니다.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서적 소득입니다. 딸아이는 작은 성공경험을 쌓았고, 줄넘기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된 것이죠. 당연히 이후의 좀 더 어려운 단계에도 호의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공부의 구성을 '익숙한 것'과 '어렵고 생소한 것'을 조합하여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Atomic habits'라는 책에 나오는 코미디언 스티브 마틴의 예와 비슷합니다. 스티브 마틴은 무려 15년간이나 쇼의 루틴을 연습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지겨운 연습을 긴 시간 동안 꾸준히 할 수 있었던 비결로 관객의 웃음이 보장된 기존의 레퍼토리 위에 새로운 시도들을 얹어왔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즉, 익숙한 것과 새롭고 긴장되는 것의 조합이 적정 수준의 각성 수준(난이도)을 형성했기 때문에 지루하거나 좌절할 틈 없이 지속적으로 연습을 해올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아이들의 공부 지도에도 적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예를 들어, 섣불리 진도를 빼기보다는 능숙하게 풀 수 있는 이전 것을 적절히 섞어주는 것이 공부 의욕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다.
요약
- 학습 동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적절한 난이도의 과제를 제시해주어야 한다.
- 적정 난이도의 과제는 작은 성공경험을 쌓고, 자신감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 다양한 방법으로 난이도를 조절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