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학습을 하게 하는 방법

by 책쓰

"어떻게 해야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게 할 수 있을까요?"


공부와 관련한 선택권을 아이에게 넘겨주면 됩니다. 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는 것입니다.


애한테 마냥 자유를 주면 공부를 하겠냐고 반문하는 분도 있을 것 같네요.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자유보다는 자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원칙에 따라 어떤 선택을 해보고 그 결과를 확인하며, 자신의 의지로 세상에 영향력을 발휘해보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것은 특히 학습 의욕을 높이는 데 있어 너무도 중요합니다. 아이가 공부에 대한 선택권을 갖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아보고, 현실적으로 어떤 방법들을 사용할 수 있을지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심리학 연구에는 통제 소재(Locus of control)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어떤 일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통제력이 내 안에 있는지, 아니면 외부(예: 환경, 주변 사람 등)에 있는지를 구분하는 개념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통제력의 위치가 학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통제력이 자기 안에 있다고 믿는 학생들은 더 적극적으로 공부하려 하며, 어려운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문제 해결에 대한 동기가 더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공부의 주도권이 자기에게 있다는 느낌이 공부를 촉진하는 것이죠. 아울러, 공부나 과제 참여에 있어 높은 통제감을 가질수록 내재적 동기가 높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잠깐 내재적 동기를 설명하면, 그 행위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생기는 동기를 말합니다. 놀이나 게임이 그 예가 될 수 있겠죠. 즉, 공부에 대한 통제감이 높은 아이들은 공부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나 짜릿함에 매료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일부 교수님이나 연구자들 같은 소위 공부 덕후들을 떠올려보시면 될 듯합니다.


통제 소재의 개념과 비슷하게 de Charms라는 연구자는 '주인'과 '하인'이라는 비유를 사용했습니다. 주인은 자신의 행동이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매우 강합니다. 따라서 주인은 자기가 중요하게 여기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열심히 할수록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은 주도적으로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반면 하인은 자신들이 하는 행위를 좌우하는 것은 타인(외부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무력감과 무능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노력해봤자 변하는 건 없다는 거죠. 하인들이 경험하는 이러한 동기의 저하는 결국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게 만들어 자신에 대한 잠재력을 발견하지 못하게 합니다. 이는 다시 무력감과 무능력감의 증폭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상황에 대한 통제감을 잃어버린 채 산더미 같은 학습량에 매몰된 학생들의 무기력한 표정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부모의 과잉 개입도 자녀의 통제감을 저하시킬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자녀가 내릴 선택을 과도하게 부모님이 대신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든 공부 스케줄과 과목 선택을 부모님이 간섭하여 결정해주는 것이죠. 심지어 장래에 학생이 들어가야 할 대학 학과와 직업까지 정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영역은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주도권을 부모님께 맡겨놓은 채 시키는 것을 따라가기만 하는 공부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 남의 공부를 대신해주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부모님의 과도한 개입이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아니, 그런 경우가 꽤 많습니다. 학생들은 내재적 동기가 아닌 외재적 동기(처벌과 보상)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죠. 부모님의 관심과 지원이 갖는 효과를 부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과도한 개입이 갖는 한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외부로부터 공급되는 공부 동기는 끊임없이 외부의 간섭과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자녀는 점점 홀로 세상과 부딪치는 법을 배워나가야 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자녀들의 성적뿐만 아니라 심리적 요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부에 대한 통제감, 적극성, 자기주도 경향 같은 것들이죠. 대입이라는 단기 승부가 아닌 인생이라는 긴 관점에서 봤을 때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부모의 개입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이상적인 개입 수준은 일반화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조력자'의 위치가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필요한 정보와 대안들을 최대한 제시해주되, 아이가 자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한 믿어주고, 지켜봐 주는 정도의 위치입니다.


다음으로 아이들의 통제감을 높이기 위한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먼저 다양한 선택권을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공부하고자 하는 것을 직접 선택하고, 현실적 목표를 직접 세워보게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곧 자기 안에 있는 통제력을 인식하겠다는 말과 상통합니다. 즉, '성공도 실패도 모두 나에게서 비롯된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아이가 실패를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왜 그게 안되었는지', '앞으로 다시 실패를 경험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결과의 책임을 외부 환경이 아닌 자신과 연결 짓게 해 보는 것이죠.


책임을 지는 것의 효과에 대해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는 책에서는 흥미로운 예화가 나옵니다.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인 윌리엄 제임스는 젊은 시절에 연이은 실패와 지병으로 자살시도까지 가는 위기를 겪게 됩니다. 그리고 인생에 대한 작은 실험을 해보게 됩니다. '이제부터 1년간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모든 것을 100% 나의 책임이다.'라고 선포한 것이죠. 이 말은 곧 '내 안에는 모든 결과에 대한 통제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훗날 윌리엄 제임스가 "그때 그 실험이 내 모든 것을 바꿨다."라고 고백한 것을 보면 통제 소재가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통제감을 높이기 위한 세 번째 방법은 주변 사람들이 책임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부모가 직접 책임지는 모델이 되어주는 것이죠. 과장을 좀 보태서 아이들은 24시간 부모를 관찰합니다. 여러 말을 하는 것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부모가 아주 사소한 영역에서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태도를 내면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정적, 혹은 긍정적으로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자기 안의 힘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요약

-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 스스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책임지게 해야 한다.

- 공부에 대한 통제력이 자기 안에 있다는 느낌은 학습을 촉진한다.

- 공부 대상과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게 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에게 묻게 하며, 부모가 직접 책임지는 모델이 되어줌으로써 자녀의 통제감을 증진할 수 있다.



참고문헌

Dale H. Schunk 외 2명, 학습동기: 이론, 연구 그리고 교육 (3rd ed.), 신종호, 학지사(2013)

마크 맨슨, 신경 끄기의 기술, 갤리온(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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