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몰입'과 '동기부여'를 연습 중??
8세 아이가 몰입한 상태로 레고 만드는 모습 본 적 있는가? 그 아이는 동기부여에 익숙해지는 중이다. 즉, 고도로 집중된 주의와 연습, 노력과 강렬한 즐거움이 엮이도록 두뇌를 길들이는 중이다. 몰입의 반복은 '동기부여'와 '집중'에 익숙하게 만든다.
윌리엄 스틱스러드 & 네드 존슨가 지은 『The self-driven child』(한국판: 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에 나오는 말입니다.
저자는 아이의 동기부여와 집중력에 있어 '어린 시절의 잦은 몰입 경험'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그 근거로 아이의 두뇌가 20~30세까지 끊임없이 발달해 가고, 새로운 신경회로를 구축해 간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두뇌의 능력은 고정된 것이 아닌, 어떤 경험을 반복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그 능력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발달과정 중 뭔가에 깊이 빠져본 경험이 많은 아이들이 추후 더 몰입을 잘하며, 진로에 있어 성취도도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중학생 때 학교공부보다 로큰롤과 밴드활동에 심취한 빌의 예를 듭니다. 음악에 푹 빠진 빌은 악기연습과 화성악 공부에 매진하며 10대 때 이미 몰입경험에 익숙해집니다. '1시간만 악기 연습하고 숙제해야지' 생각하지만 정신 차리고 보면 몇 시간이 훌쩍 지나 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집중은 몰입의 주된 특징입니다). 추후 공부를 제대로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시기가 찾아왔을 때, 빌은 누구보다 전력투구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위 내용을 곱씹으며 여러 생각들이 스쳤습니다.
크게는 '장기적 관점'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의 분위기는 선행학습과 속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내 아이가 공부 외 다른 활동에 치중하면 조바심까진 아니라도 '이대로 가도 괜찮은 건가?' 싶을 때가 있습니다.
학업적 성취라는 단기적 관점에선 아무래도 불안감이 드는 거죠.
그럴 때일수록 양육과 교육의 궁극적 목표(제 경우 아이의 행복)를 생각하고,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는 마음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부닥치면 이게 도통 쉽지 않아서 문제긴 하지만요.
믿고 기다리는 게 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이가 마냥 관심사를 좇다 보면 상대적으로 공부에 쏟을 시간을 뺏앗겨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도 부모들이 당장의 성적을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공부 외 활동을 제한하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아이의 학교공부가 뒤처지는데 자녀가 원하는 활동만 집중하게 놔두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뭐든지 적절한 '균형'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이야기는 곱씹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이에 대한 궁극적 지향점이 '대입'이라는 단기 목표가 아닌, '주도적인 삶'과 '직업적 성취'라면 더 그렇습니다.
또 다가올 시대의 특성을 생각해서도 그렇습니다.
대입 결과와 소득 간의 상관관계는 점차 옅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자율적 참여와 적극성, 한 분야를 끈질기게 파 본 경험 등은 앞으로 점점 필요로 되는 역량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혹시 자녀가 학교나 학원공부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데, 관심사가 많은 흥미 부자인가요?
그건 진정으로 부러워할 만한 일입니다.
그 아이에겐 몰두할 만한 일이 지천이고, 세상이 그만큼 재미난 곳이라는 증거니까요.
어떻게 보면, 순수한 재미와 호기심을 잃어버리고 사는 수많은 어른들에 비해 아직 삶의 본질적 능력을 잃지 않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혹시 자녀가 수학 문제풀이는 5분만 지나도 몸이 꼬이는데, 어떤 활동에는 1시간 이상씩 조용하고 집요하게 몰두하나요?
'아 아이가 오늘도 몰입과 동기부여 능력을 기르고 있구나'
'나중에 써먹을 몰입 근육을 만들고 있구나'
...라고 바라봐 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