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피로감은 어디서 올까?
피로감을 주는 관계란 뭘까?
다양한 대답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내 경우 피로감을 주었던 관계는
'있는 그대로의 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관계'였다.
내 생각, 감정, 욕구가 존중되지 못하는 관계였다.
그럴 때 난 관계 안에서 자유로움,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렸던 것 같다.
인위적 노력을 하게 되고, 피곤해졌던 것 같다.
피로감을 주었던 몇몇 관계를 더듬어봤다.
흥미로운 건 그들이 날 대놓고 적대시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내게 호감을 갖고 있기도 했다.
처음엔 친절함과 관심이 좋았다.
그래서 나를 조금씩 드러냈는데, 번번이 소통이 안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게 질문은 하는데 정작 대답에는 관심이 없는 듯했다.
벽에 부딪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친절하고 즐거운 분위기지만,
내 생각과 감정은 벽에 맞고 떨어져 굴러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뚜렷한 거부의 표현은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으나
요상한 부적절감이 들었고, 외로움을 느꼈다.
...
관계에서 내가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있으면 피로할 일이 없다.
아무 걱정 없이 즉각적인 생각, 감정, 욕구를 표현할 수 있고,
그게 판단받지 않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전 글에서 '미스터 렌탈'을 소개했었다.
그 서비스를 이용하시는 분들도 비슷한 욕구가 아니었을까 싶다.
혼자는 조금 아쉽고,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나란 사람에 대해 '충조평판'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욕구.
(*충조평판: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의 줄임말로 정혜신님의 책 '당신이 옳다'에서 소개되었습니다.)
깊은 수용, 이해까진 아니어도,
최소한 나란 사람이 자연스럽게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이제 이 글에 담고 싶은 내용은 다 쓴 것 같다.
한편 고마움과 다짐의 마음이 든다.
고마움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다.
정작 그들은 뭔가 주고 있다는 인식조차 못하겠지만 말이다.
다짐은 상담자로서의 다짐이다.
내담자 한 분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백지 같은 마음이 되었으면 한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내 주장을 고집하며 밀어냄'
이건 내 안에도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이 분명한 사람.
동시에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
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