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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찡 Oct 10. 2015

병가(病暇)

# 01. "혼자" 아프다는 것, 참을 수 없는 무거움

 아팠다. 온 몸을 욱신거리는 통증이 심장 박동처럼 일정했다. 38, 39, 40 땡. 눈을 깜빡일 때마다 열기가 함께 뿜어져나왔다. 그리고. 혼자였다.  


 스무살이 된 이후로 7년간 나는 집에서 나와 살았다. 기숙사에서, 하숙집에서, 자취방에서 혼자 지냈다.  나름대로 양질의 식사를 즐기며 사람답게 살아냈지만 항상 아플때면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지금 아프면 안된다. 10월 전시가 당장 열흘 앞으로 다가왔고 내가 PM인 행사는 11월이다.  그것도 제주도!

아직 아무것도 마무리 진것이 없었다. 버텨내지 못하는 몸뚱이가 원망스러웠다. 이불을 덮고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이 흐르는 동안 날은 밝았다.

'어서 일어나야지.' 출근 준비를 하다 결국 쓰러졌다. 결국 그날 하루를 병가를 냈다.


사실 PCO를 포함한 전시, 컨벤션 업계에서 제일 대목은 바로 가을이다. 10월에는 행사가 넘쳐난다. 가을에 아프다는 것은 프로답지 못한 것이었다. 시즌 중에 드러누워 버리는 선수처럼 말이다.  나는 프로답지 못했음을 시인할 수 밖에 없었다. 체력 관리는 기본 중의 기본 아닌가. 다행히도 우리 대표님은  '쉴 수 있을만큼 푹 쉬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가여워하는 목소리가 전화선 너머로 들려와 내가 죄책감을 덜 느껴도 되었다.

그래도 나는 팔에 링거를 꼽고 노트북을 켜서는 긴급한 일은 '쳐내야만' 했다. 행사는 잔인하게도 성큼성큼 다가오니까.


학부생때는 3개월만 열심히 살면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는 시기가 왔었다. 그렇게 여덟학기를 살았다. 그러나 직장은 그렇게 살려니 컨디션이 회복이 되질 않았다. 진도가 정해진 것이 없었고, 어떤 것을 쳐내야 성취해냈다는 느낌도 없었다. 개별적인 만족도가 어떻든 행사는 시작하고, 끝이 난다.


밤 10시. 약 기운이 몸에 도니 열은 떨어졌고, 몸살기는 조금 가라앉았다. 식은 땀이 그 열기를 대신했다. 기운을 내야한다. 냉장실에 사둔 호주산 부채살을 몇장 구워먹는다. 밥도 한공기를 우걱우걱 씹어 댄다.  기운이 나야지. 기운이 날 거다.


그래도 참 이상하지? 우리 엄마가 흰 쌀에 물만 넣고 쑤어주신 죽만 먹어도 몸이 따끈해지고 금방 털어냈는데. 그 괜찮은 소고기를 먹어도 아픈 건 그대로다. 아니야 기운이 날 거다. 내일은 꼭 출근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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