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야식의 매력적임
하루 종일 정신없이 일하다가 차 시간에 맞춰 급하게 퇴근한다. 7시 차를 타고 집 근처 역에 내리면 8시경. 살짝 출출하긴 하지만 참을만하다.
수많은 내적 갈등 후에 다행히도 헬스장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오늘은 일단 성공했네?’
뿌듯함이 몰려온다. 저녁도 안 먹었고 운동도 했고... 마치 낼부터 베이글녀가 돼 있을 법한 착각에 빠진다.
그렇게 집에 도착하면 10시경. 또다시 살짝 내적 갈등에 휩싸인다. 운동 전에는 멀쩡하던 속이 갑자기 확 쓰려오기 때문이다.
‘속이 쓰리면 위에 안 좋은데....’
야식을 먹어도 위장에 안 좋다. 알고 있는데도 야식을 먹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애써 찾아내고 있는 중이다.
‘운동했는데 어때?’
살이 빠질 정도로 운동하기 위해서는 국가대표 선수처럼 하루 종일 운동해야 한다고 한다. 그저 1시간 러닝머신에 기구 몇 개 한 것 가지고는 스트레칭 정도, 건강유지를 위한 운동량이 지나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안다.
뱃살은 빠지지 않고 작년 겨울에 입었던 원피스가 하나같이 허리와 엉덩이가 껴서 겨우 내 청바지만 입고 다니면서도 수많은 마음속의 아우성을 애써 못 들은 척하고 냉동실을 연다.
다이어트에 있어 식이요법이 전부라고 한다.
‘케일 주스 하나는 괜찮아...’
하지만 케일 주스는 입가심용이라는 걸 모두가 안다.
에어 프라이기를 열고 종이 포일을 깔고 만두, 버펄로 윙, 김말이, 감자튀김을 적절히 섞어서 바닥에
깔듯 넣는다. 190도에서 10분. 이미 끝났다.
오늘 하루의 뿌듯함이 죄책감과 바뀌는 순간이다.
야속하게도 너무 맛있다. 매콤 짭짤한 윙에 케첩을 가미한 감자튀김이 조화를 이룬다. 김말이를 양념장에 찍어 한 입 베어 문 만두와 함께 입속에서 씹어준다. 인스턴트 나트륨이 입안을 가득 채울 때쯤 쌉싸름한 케일 주스를 한 모금. 건강을 위해 유기농 케일을 블랜더에 코코넛 워터와 갈았는데, 그 주스만 먹은 적은 별로 없는 듯하다. 케일 주스는 늘 이렇게 특식과 함께 조화로움을 위해 자리 잡고 있는, 나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일종의 피난처이다.
‘케일이 과다한 나트륨을 잡아줄 거야’
주문처럼 외우며 이렇게 메뉴를 선택한 스스로를 천재라고 생각한다. 맛의 조화는 물론 과도한 나트륨까지 잡아주는 음료의 세팅이라니 역시 대단하지 않은가?
순삭 된 짧은 시간 후에 빈 그릇이 드러나고, 영혼 없이 흘러나오는 티브이 소리에 불룩한 배와 왠지 찜찜하지만 포만감에서 오는 미소가 함께 번진다. 이렇게 오늘도 치명적인 야식의 유혹에 홀려버렸다.
늘 군고구마와 케일 주스로 아침과 저녁을 해결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뭐하랴? 너무나 뻔한 이 싸움에서 늘 이리 맥없이 무너지는데 말이다.
그래도 운동했지 않냐고? 그렇다, 안 한 것보단 낫다. 케일 주스 마시지 않았냐고? 솔직히 거기에도 칼로리가 있는데 그 마저도 안 마셔야 하는 게 맞긴 하다.
뭐 어떠냐? 다 그렇게 사는 인생 ㅋ
다음엔 윙 1개, 김말이 1개, 케일 주스 반잔 덜 마셔주지 뭐. (아얘 안 먹을 자신은 이미 없다 ㅋㅋ)
너무 빡빡하게 살지 말자. 어차피 몸매는 자기만족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