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재미 무시 못하죠?
해외 출장의 묘미 중 하나는 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인데, 먹는 것만큼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로 먹는 낙으로 출장을 오기도 하는데, 지금은 코로나 시대여서 사실 레스토랑에서 뭔가를 먹는 것도 꺼려지게 된다.
그래서 현지인과의 저녁 약속도 안 하고, 가급적 호텔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려고 했으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예의가 아닌 듯하여 어쩔 수 없이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누가 만들고, 누가 나르는지도 모르는 음식이라 꺼려지긴 했지만 스위스의 방역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스위스도 나름 철저하게 방역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스위스는 하루 약 500명 정도 확진자가 나오는데, 인구는 한국의 1/6 수준이라고 한다. 고로 코로나에 걸릴 확률은 한국의 약 30배. 한국은 코로나 청정지역이다. 전 세계에서 그런 나라가 없을 것이다) 앱을 깔아서 음식점 방문을 당국에 보고하거나(그나마도 외국인은 불가능하다. 현지 핸드폰으로 인증을 받아야 앱 가입이 가능한데, 로밍폰으로는 불가능했다. 우리나라도 그러는지 사뭇 궁금해졌었다.) 종이에 일일이 적어내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손소독제가 비치되어 있고, 종업원들은 그래도 마스크를 많이 쓰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마스크가 대부분 덴탈 마스크. 여름의 끝무렵이라 그런 건지, KF94 같은 마스크의 물량이 적어서 그런 건지 궁금하여 현지에 거주하시는 분께 물어보니, 가격 경쟁력 때문에 중국산 덴탈 마스크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 KF94 같은 마스크도 있으나 마스크를 쓰는 것 자체를 선호하지도 않을 뿐더러 대중교통 이용할 때만 필수 정도로 생각하니 굳이 비싼 마스크를 쓸 필요가 있냐며 겨우 덴탈 마스크 정도 쓰는 거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몇 달간 셧다운 했던 음식점들이 문을 열면서 가림막도 했고 테이블 간 거리를 2미터 이상으로 유지도 하고 여러 가지 대책을 간구했었다고 하나 현재에는 많이 사라지고 대부분 밖에서 식사를 하거나 테이블 간 간격을 넓히고 식당 안에서 그냥 식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찜찜한 마음은 가급적 대화 없이 빠르게 먹고 마스크 착용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음식에 집중하고자 노력한다. 가장 처음 먹은 음식은 파스타 하나, 리조또 하나. 약간 짭조름했지만 외국 음식은 대부분 짠 편이니 그려려거니 했다. 맛은 나쁘지 않았고, 음식 비주얼을 경치에 맞물려 오감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사악한 가격만 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며칠 지내면서 보니 어디 가나 음식 가격은 비슷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음식 하나당 보통 2만 6천 원에서 3만 원선. (환율, 스위스 프랑 1,300원 적용). 피자건, 베트남 쌀국수 건, 중국음식이건 심지어 마트에서 파는 초밥류이건 상관없이 그 정도였다. 3~4명이 먹고 나면 한화 약 20만 원이 슝슝 없어지는 건 다반사. 음식 주문에 음료 주문까지 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 그나마 호텔에서 물을 무한 무료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큰지 감사할 일이었다.
거두절미하고, 비주얼상으로는 괜찮아 보이고 맛도 중간 이상이었던 현지 음식 사진을 올려본다. 여행 자체가 불가능한 요즘 시대에 약간의 대리만족이라도 되시길...
사진 설명을 좀 덧붙이자면, (왼쪽) 돈가스가 제일 맛있었던 건 비밀 (가운데) 치즈 퐁듀는 정말 느끼했고, 가운데에는 기름이 있고 고기를 기름에 튀겨서 바로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치즈를 달궈 녹이고 거기에 피클 같은 걸 얹어 먹는 음식들도 있었는데, 역시,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 (오른쪽) 강가를 배경으로 마시는 에이드 한잔. 가격이 기억 안 날 정도로 좋은 배경에 한 컷.
느끼할 땐, 역시 중식이다. 한식이 더 비싸다며 찾은 중식당. 띵할 정도로 짠맛이었으나 밥이 있고, 매콤함이 있어 즐거운 한 끼였다.
가장 고퀄의 음식을 먹었다. 가장 덜 짜고 맛있었던 음식들. 비주얼만 봐도 좀 다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