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얼스틸
<리얼스틸>을 보게 된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그것은 바로 로봇이 나오니까..! 기계, 강철, 쇳덩어리.. 환장하지 않을 요소일 수가 없다. 어린 시절 부터 트랜스포머로 깊은 감명을 받게 된 로보트 물의 매력은 자연스레 리얼스틸에도 푹 빠지게 해주었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로봇 물은 한 가지의 요소가 필수적으로 가미되어 있다. 바로 Scale. 압도적인 크기로부터 나오는 자이언트 로봇 물을 좋아한다는 점이, 리얼 스틸과는 거리가 꽤 먼 얘기였다.
그럼에도 리얼스틸이 정말 좋은 영화인 이유는,, 단순 로봇물을 넘어 훈훈하고 감동적인 가족 영화를 띄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가족 영화를 좋아하고, 또 휴잭맨을 좋아하고,, 로봇도 좋아하고 .....
<리얼스틸> 은 전형적인 전개와 뻔한 내용을 가지고 진행된다. 세간의 평으로는 너무 뻔해서 재미없었다. 오글거린다. 라는 평도 적잖이 있는 편이다. 딱히 그 말에 부정하지는 않는다. 확실히 리얼스틸은 클리셰로 범벅이 되있는 영화고, 펄럭거리는 성조기와 가족 애를 다루는 모습 역시 여타 헐리우드 영화와 다를 바가 없는 영화다. 또한 당시 시대가 블록버스터 붐이었던 걸 생각하면 사람들의 입맛에 물릴 법도 하였고.
이렇게만 얘기하면 또 하나의 흔한 헐리우드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맞는 얘기지만.. 유독 감독의 색이 짙은 영화이기도 하다. 리얼스틸의 감독은 이번에 <데드풀과 울버린>을 찍고 초대박이 난 '숀레비' 다.
숀레비 감독의 특징으로 세가지 뽑자면, 실패한 삶의 주인공 (어떤 의미로든) 과 개성있고 사랑스러운 조연이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화려한 액션과 CG, 마지막으로 해피엔딩 을 뽑을 수가 있다. 이러한 특징들로 훈훈하고 감동적인 전개를 보여준다는 것이 숀레비 감독의 스타일이다.
대표작으로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 프리가이, 그리고 이번에 데버린이 당당하게 대표작으로 올라갔다. 어렸을 때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인상깊게 본 사람으로써, 숀레비 감독이 보여주는 헐리우드 식 해피엔딩은 내 이상적인 가치관에 크게 작용하였다. 숀레비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뭉클함이 가슴에서 차오르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가족영화로써의 역할은 정말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장점은 리얼스틸에도 크게 작용하였다.
다만.. 앞서 말한 듯 분명히 단점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뻔한 전개와 예측 가능한 결말은 보는 사람으로부터 지루함을 유발할 수 있으며 기발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기피하는 스타일이 될 수도 있을 거다.
개인적으로 뻔한 클리셰식 전개에 대해선 난 그렇게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다. 내 말은.. 잘 만들면 장땡이라는 소리다. 또한 요즘 시대에는 너무나도 과한 PC와 개성이 문화계를 지배하고 있는 상태에서, 고전적인 클리셰물의 부활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기도 하고,
숀 레비는 화려한 볼거리와 창의적인 스토리를 잘 조합하여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가족애를 표현하는 것을 정말 잘 연출한다. 그런 점이 뻔한 클리셰식 전개의 단점을 잘 보완해주는 느낌이다.
요점은 cg, 액션, 서사 이런 것들이 두말없이 훌륭하다면 욕할 요소가 무엇이 있겠는가. 리얼스틸은 정말 충실하게 이 모든 요소들을 잘 수행해낸 좋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러닝타임 내내 뛰어난 몰입감과, 줘 터지는 로봇들의 화려한 격투 장면, 그리고 휴잭맨의 연기력, 다코타 코요의 귀여움은 덤.
<리얼스틸> 은 전직 복서였던 '찰리'에게 얼굴도 모르던 어린 아들 '맥스'가 찾아와 고철더미에서 발견한 연습용 로봇인 '아톰'과 함께 로봇 복싱을 치루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로봇 복싱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상은 실패한 아버지의 삶을 다시 되찾아 가는 여정이다. 앞서 말한 숀레비의 특징 중 하나이다. 실패한 삶의 주인공, 그리고 사랑스러운 조연 맥스.
뭐 이런 영화가 대개 그렇듯.. 복싱은 페이크죠 하하. 농담이고.. 물론 로봇 복싱은 영화 전개의 필수적인 요소이기도 하고 충분히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사의 주된 핵심은 찰리와 맥스의 관계라는 것이 사실이다. 모든 것은 이를 위한 영화적 장치에 해당된다.
흔한 주제인 아버지, 아들의 갈등 서사를 정말 잘 풀어낸 영화다. 생소하고 어울리지도 않을 거 같은 로봇 복싱 대결 이라는 주제에 잘 녹여내기도 했고, 숀레비의 강점인 감정적인 연출을 통해 두 사람의 유대를 잘 표현한다. 그렇다고 낯간지럽게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건 아니고, 그러한 부분들은 전부 '아톰'을 통해 해결해 나간다. 아톰은 두 사람 사이를 잘 이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며 극을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또 다른 영화의 주인공인 '아톰' 아톰은 찰리와 비슷한 삶을 겪은 로봇이다. 시대가 바뀌며 도태되고, 낡은 모델에, 고철더미에서 건져낸 아톰은 찰리를 상징하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겠다. 숀 레비의 실패한 주인공이 아톰에게도 적용되는 셈.
아톰은 정말 멋있는 녀석이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강렬한 파워는 말 한마디 없음에도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준다. 앞서 말한 것 처럼 아톰은 영화 내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인데, 찰리와 맥스를 연결시켜주고, 두 사람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종의 감정선 장치이기 때문이다. 찰리, 맥스의 감정을 쉐도우 기능을 통해 아톰이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영화의 독특하고 훌륭한 기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지 아톰은 작 중 정말 귀엽기도 하고, 멋있기도 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캐릭이다.
쉐도우 기능은 연결된 시전자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는 아톰의 기능이다. 이를 통해 찰리는 자신의 복싱 기술을 실제로 사용하여 대결에 임하기도 하며, 자신의 내면을 아톰을 통해 거울처럼 바라본다. 특히 찰리가 아톰을 트레이닝 시키는 부분은 과거 복서였던 자신의 열정적인 모습을 깨우치게 해주면서 잊었던 찰리의 본 모습을 상기시켜준다. 이러한 감정선의 연출은 One Combo 로 작용한다.
다음으로 맨 중 맨, 휴잭맨의 연기력이다. 휴잭맨 연기력이야 뭐.. 지금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당시엔 울버린 원툴이 아니냔 소리가 많이 나오기도 했고, 이렇다 할 필모가 없었을 당시 리얼 스틸을 통해 좋은 연기를 보여줘 재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휴잭맨은 울버린을 연기 할 때도 그랬지만, 슬픔이 담겨 있는 연기를 유독 잘하는 듯 하다. 눈빛이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에서도 사연있는 아저씨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과거의 미련과 후회, 복잡한 감정을 잘 표현하였고 영화의 몰입감을 두배 높여주었다. Two Combo.
여담으로 숀레비와 휴잭맨이 이번에 데버린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묘하게 반가웠다.
마지막으로 Three Combo 어퍼컷,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로보또 액션이다. 미쳐버린(POSITIVE) CG와 전문 복서들에게 조언을 받은 정교한 복싱 연출은 육중한 로봇들이 움직임에도 전혀 어색함 없이 스피드하고 쾌감 있는 액션을 보여준다. 에미넴의 신나는 비트는 금상첨화.
또한 디자인도 그렇고 하나 같이 개성있는 로봇들에 각각 시그니처 기술도 존재해 새로운 로봇이 나올 때마다 기대가 되었다. 이러한 점 덕에 게임도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맘에 들었던 건 각 국가의 기술력을 고려해서 로봇의 성능이나 능력치가 결정된다는 세심한 디테일들이 꽤 흥미로웠다. 또한 장소에 따라 변하는 로봇들의 패션이나 악세서리 같은 미장센들이 영화의 소소한 볼거리였다.
이렇게 쓰리펀치 콤보를 관객들에게 화려하게 먹여주는 리얼 스틸. 킬링타임으론 확실하게 재밌다고 보장 할 수 있다. 감동, 재미, 액션 뭣 하나 빠질게 없으므로 말이다.
앞서말한 단점을 제외하고 살짝 실소가 나오는 것은. 아톰과 찰리가 마지막 역경을 해쳐나간 방식이.. 쳐맞고 버티다 쳐맞고 버티다 기회를 노린 건데, 이는 상대의 기계적 결함 덕이 아닌가.. ㅋ; 그리고 아톰이 연습용 로봇인데 다들 왜 쓸데없이 로봇 만드는데 투자를 하는 것인가 연습용 로봇이 제일 쎈데.. (물론 컨트롤러의 능력이 중요하다만)
라는 쓸데없는 부수적 요인들이므로, 크게 신경쓸 건 없다. 디테일에 환장한다면 큼 흠일지도.
어렸을 땐 잘 몰랐지만 크고 다시 보니 생각보다 완급조절이 뛰어난 영화다. 중간 중간 나오는 OST와 메인 테마 역시 정말 좋았고.. 트럭으로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는 로드무비의 기질 덕에 잔잔함도 챙겼던 거 같다.
아무튼 숀 레비의 영화는 밝아서 좋아. 자칫 어두운 부분도 밝게 만들어주는 부분이. 어렸을 적 부터 느낀 거지만, 정말 좋은 거 같다. 예전에도 말했 듯, 역경을 해쳐나가는 건 언제나 보기 좋은 모습이다.
우리도 과거 열정적이었던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다시 용기를 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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