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비맘의 임신 이야기_임신 후기 (34주-37주)
이제 임신 후기 중에서도 아주 후기로 다가가다 보니 병원에 가야 하는 주기가 짧아졌다. 2주 만에 찾은 병원에서는 지난 검진 때 예고되었던 대로 Group B Strep (GBS) test를 받게 되었다 (34주 경). 그룹 B 연쇄상구균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것인데 감염되었다고 해도 산모의 건강에 영향은 없지만 출산 시 아이에게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약 산모가 GBS test에서 양성이 나온다면 출산 과정 내내 항생제를 정맥투여받게 된다고 한다.
산모들의 4명 중 한 명은 양성이 나온다고 하니 확률이 꽤 높은 듯해서 어쩌면 양성이 나올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을 안고 검사를 받았다. 검사를 받을 때에는 임신 초기 검진 때 그랬던 것처럼 하의를 모두 탈의해야 했는데, 아주 오랜만에 그렇게 검사실에 누워 있으려니 또 무척 쑥스러웠다. 출산 때에는 이런 것쯤 아무것도 아닐 테니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야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며칠 후 나온 결과를 보니, 다행히 음성! 양성이어도 출산 때 항생제를 투여받기만 하면 아이의 건강에는 영향이 없다고 하기는 하지만, 가뜩이나 정신없을 출산 때에 주사 바늘을 하나 더 꽂아야 한다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 정말이지 무척 안심했다.
이제 출산 전 해야 하는 검사들은 다 끝났고, 결과들이 다들 좋아서 참 다행이다 생각하려던 찰나, 갑자기 병원 웹사이트를 통해 의사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임당 테스트를 할 때 했던 혈액 검사에서 빈혈 증상이 나와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철분제를 처방받아 먹고 있는데, 철분제가 지금 잘 반응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혈액 검사를 한번 더 하자는 얘기. 병원의 Lab에 내 혈액 검사를 의뢰해 두었으니 2주 안에 아무 날이나 가서 검사를 받으면 된단다.
안 그래도 철분제를 먹기 시작한 후로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사라지긴 해서 괜찮겠지 생각하긴 했지만 정말 괜찮은 건지 조금은 불안했는데, 이렇게 알아서 검사를 잡아주니 고마운 마음으로 나흘쯤 뒤에 병원을 찾아 혈액 검사를 했다. 단출하게 튜브 하나의 혈액을 뽑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뭐가 그리 급한지 바로 다음날 나온 결과는, 다행히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다. 검사 결과를 본 의사의 코멘트도, 철분제가 아주 잘 듣고 있으니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잘 섭취하라는 것.
그리고 출산이 약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에는 병원 투어를 다녀왔다. 병원에서 무료로 진행해주는 한 시간 길이의 투어였다. 출산 당일에 병원에 오기 전 해야 할 일, 그리고 병원에 오면 가장 먼저 가야 할 곳 등을 안내받고 분만실로 옮기기 전 내진을 받게 될 Triage와 그다음 가게 될 분만실, 그리고 이후 자연 분만이라면 2박 3일간, 제왕절개 수술을 했다면 4박 5일간 머물게 될 회복실까지 모두 둘러볼 수 있었다 (비록 사진은 1층 로비 쪽 사진밖에 없지만...).
생각보다 병원 시설이 무척 좋았고 모든 공간들이 다 1인실로 되어있어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특히 분만 이후 오래 머무를 회복실 공간은 무척 넓은 데다 병원의 아주 높은 층에 위치하고 있어서 병실에서 밖을 내다보는 야경까지 기가 막혔다. 남편 혹은 보호자 한 명이 상주할 수 있도록 모든 방에 소파베드도 하나씩 구비되어 있었다. 입원기간 내내 먹을 식사도 보호자 한 명 분까지 2인분이 준비된다고 한다.
미국은 아이를 낳으면 병원에서 직접 출생신고를 해 주기 때문에 출생신고서를 입원 기간 중에 작성해야 한다. 지시사항을 보니 퇴원하기 전날까지는 출생신고서를 모두 작성해서 내야 한다고. 미리 생각해서 오라는 의미인지 투어에서 출생신고서 한부도 미리 나누어 주었다.
투어를 위해 병원을 찾아가는 길에, 발레파킹을 하지 않으면 병원 주차장에서 접수하는 곳까지 걸어가기가 너무 힘들 것 같다며, 만약 그때 내가 진통이 심하거나 해서 걷기 힘든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비싸도 발레파킹을 해야만 하겠다고 남편과 대화를 했었는데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출산 때문에 병원을 올 때 처음 이용한 발레파킹 비용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 마음 놓고 병원 입구에서 발레파킹을 맡기고 바로 입구 바로 옆의 접수처에서 접수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 외의 주의사항이라면, 출산하러 올 때 차에 카시트 장착은 필수라는 것. 미국 병원에서는 카시트가 장착되어있지 않으면 아이가 퇴원을 할 수 없다. 카시트 장착을 잘못하는 경우가 전체의 70퍼센트라던가, 아무튼 무척 높다고 하는데 스스로 확신이 들지 않으면 병원에서 카시트 장착을 도와주는 서비스가 있기도 하고 우리가 거주하는 도시 내 곳곳에서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가서 도움을 받으면 된다고 한다. 카시트 장착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 리스트도 받았는데 주변 소방서나 다른 병원들, 뭐 그런 곳들이었다.
출산이 다가오니 참 바쁘다 바빠. 이제는 정말 본격적으로 출산 준비를 해야 해서 이것저것 구입하고 있는데 마침 시기가 블랙 프라이데이와 겹쳐서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 덕을 아주 톡톡히 보고 있다. 유모차뿐만 아니라 아기가 머무를 방에 둘 가습기 등도 절반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는 등 매일매일이 뿌듯한 쇼핑의 연속!
사실 쇼핑도 쇼핑인데, 생각보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선물들을 많이 받게 되었다.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은 타지에 있기 때문에 남들은 다 선물로 받는다는 것들도 우리는 해당사항이 없겠지, 생각하고 다 구입할 계획만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전혀 기대치 않은 곳에서 먼저 기억하고 이런저런 출산 용품들 선물을 해주는 것이다. 정말 기대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은 한 번에 주문하려고 위시리스트에 담아두었던 제품들도 선물 받은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면 출산 한 달 전까지 출산 용품 주문을 모두 완료하지 않은 나의 게으름이 이번에는 좋게 작용했던 셈이다.
그래도 우리가 나쁘게 살지는 않았던 건가, 여기저기서 받은 선물들을 보며 묘한 감동을 느꼈더랬다. 곱게 모아진 감사의 마음은 앞으로 천천히 돌려 드리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