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emie Jan 22. 2019

임신 9개월 차, 그리고 잠 못 드는 밤

미국 예비맘의 임신 이야기_임신 후기 (32주-34주)


32주 며칠쯤 되어 정기검진을 갔더니, 이제는 체중 관리를 조금 해야 한다는 조언을 듣게 되었다. 늘 스스로 불안하긴 했지만 의사는 괜찮다고만 했었는데, 아직은 괜찮지만 체중이 더 늘면 좋지 않으니 관리를 하라는 얘기를 듣고 나니 무척 슬펐다. 참고로 이때 나의 몸무게는 임신 전에 비해 12.8 kg이 증가하였고 출산 직전에는 16.6 kg까지 증가하였다.


다음번 검진 때에는 Group B Strep (GBS) test를 하게 될 거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는 그룹 B 연쇄상구균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것으로 결과가 양성으로 나온다고 해서 산모나 태아의 건강에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출산 과정 내내 항생제를 정맥투여받아야 한다고 한다.


여느 때처럼 진료를 마치고 나오며 다음 예약을 잡으려고 하는데, 이제부터는 출산 때를 대비하여 병원에서 출산을 담당하는 의사들과 돌아가며 예약을 잡아주겠다고 한다. 내 담당 의사는 출산을 하는 의사가 아니어서 정작 출산 때에는 모르는 의사를 만나야 하는 게 조금 걱정이었는데, 병원에서 알아서 출산 때 너무 낯설지 않도록 출산을 담당하는 의사들을 차례로 만나게 해 주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


병원의 출산을 담당하는 의사들과 한 번씩 만날 수 있도록 예약을 다 잡고 나니, 딱 출산 예정일까지 예약이 꽉 차게 되어서 뭔가 정말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싱숭생숭.


싱숭생숭한 마음에 이제는 몹시도 익숙한 OB & GYN 입구를 찍어보았다


이제 정말 본격적인 임신 후기가 되어버리고 나니 몸이 점점 더 힘들어졌다. 이십몇 주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는 그래도 걷고 싶은 만큼 아무리 걸어도 몸이 힘들다거나 심하게 피곤해진다거나 혹은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 일 같은 건 없었는데, 이제 정말 한주 전과도 몸 상태가 몰라보게 달라져서 조금만 걸어도 쉽게 피곤해지고, 숨이 차고, 무척 힘이 들곤 한다. 그래도 임신 후기에 많이 걷고 운동을 해야 출산 때 도움이 된다는 말이 많아서 일부러라도 많이 걷고 운동하려고 매우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견디기 힘든 임신 후기의 증상들이라면, 중기 때부터 조금씩 증상이 있었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았던 갈비뼈 통증이 무척 심해졌다. 계속 아픈 건 아닌데 한번 아프기 시작하면 바로 누워도, 옆으로 누워도, 편한 의자에 앉아 보아도, 일어서서 걸어보아도, 어떻게 자세를 바꾸어도 너무 심하게 아픈 시간이 지속되고는 한다. 갈비뼈 통증이 너무 심해질 때면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그냥 마냥 아파할 수밖에 없다.


갑작스레 기침을 할 때에도 갈비뼈가 정말 곧 부러질 것처럼 심하게 아프다. 쌍둥이를 임신한 임산부들은 실제로 갈비뼈가 부러지는 일도 있다고 하는 걸 보니, 아기가 커지면서 정말 갈비뼈에 심하게 무리가 가고 있기는 한가보다.


임신 후기의 갈비뼈 통증은 비교적 흔한 증상이라 이런 증상을 호소하면 병원에서는 타이레놀을 처방해 준다는데, 아직 갈비뼈 통증 때문에 타이레놀을 먹어본 적은 없지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태동 역시도 이제는 눈에 띄게 강해져서 예전에는 그냥 귀여운 움직임이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정말 움직임이 묵직하다. 아이가 움직일 때마다 배 이곳저곳이 아프기도 하고, 무슨 일을 하고 있다가도 순간 동작을 멈추면서 신음 소리를 내야 할 정도로 강도가 세진 것. 이제는 배에 손을 대지 않아도 아이의 움직임을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


아무튼 그런 바람에 잠을 자다가도 한밤중에 태동이 심해 잠에서 깨곤 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는 아이의 태동이 지속되는 동안은 나도 뜬 눈으로 태동이 사그라질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게 깜깜한 밤에 잠든 남편 옆에 가만히 누워서 아이의 태동을 느끼고 있을 때면 정말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이 아이가 지금은 뱃속에서 꼼지락 거리기만 하지만 두 달만 지나면 침대 옆 크립에 누워 내 밤잠을 깨우며 요란하게 울어대겠지, 아이의 얼굴을 실제로 보게 되는 순간은 어떤 기분일까, 남들 말처럼 보는 순간 아이와 사랑에 빠지게 될까, 등등의 생각들. 걱정과 고민이 생각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어느 정도의 기대감과 설렘도 약간의 부분을 차지하는 듯. 사실 출산에 가까워질수록 두려움이나 걱정보다 기대감이나 설렘의 감정이 조금씩 더 커지는 것 같다. 물론 힘들고 어렵겠지만 얼른 아이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랄까.


아, 30주를 넘어가면서 아이가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또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아이는 다행히 뱃속에서 잘 자라고 있는 모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임신 후기 Tdap과 Flu Shot, 그리고 가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