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일기] 생각의 깊이에 대하여

- 깊은 생각을 가치로 여기며 사는 사람의 이야기

by Chemifessor
생각이 많은 사람

나는 주로 ‘생각이 많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생각이 많다'는 말은 '생각이 깊다'와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그렇다면 생각의 깊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단지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거나, 남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하고 있는 것을 뜻할까? 그렇지 않다. 생각의 깊이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나 이미 정해진 결론 너머에 숨어 있는 맥락과 의도, 그 본질을 끈질기게 탐구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학생들과 대화를 할 때 자주 느끼는 것은, 우리의 삶이 점점 더 속도와 효율성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보의 양은 홍수처럼 넘쳐나지만, SNS나 미디어가 제공하는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들로 인해 깊이 있는 사고보다는 즉각적인 반응과 간편한 결론을 선호하게 된다. 결국, 심층적인 고민과 성찰의 여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ChatGPT에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즉시 손쉬운 답을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모르는 하나의 문제를 며칠씩 고민하는 일은 시대에 뒤쳐지는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깊은 생각의 가치

그러나 깊은 생각이 갖는 가치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시대일수록 근본적이고 심도 있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진다. 깊이 있는 사고는 수많은 정보들 사이에서 본질과 핵심이 무엇인지 정확히 식별하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개인이 삶의 다양한 국면에서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힘을 키워준다.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이러한 능력을 길러주기 위한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쉽지 않다. 학생들이 깊이 생각하기 위해서는 편안하고 익숙한 사고에서 벗어나, 때로는 불편하고 낯선 질문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강의 첫 시간에 신입생들에게 "앞으로 여러분이 살아갈 세상은 단순히 내용을 잘 암기하는 사람보다 책을 많이 읽고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 더 중요하게 될 것입니다." 라고 선언했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고 사유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생각의 깊이는 깊어질 것이다.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면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도 높아지게 된다.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이 결국 타인과 세상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사고의 깊이가 단순히 개인적 차원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와 사회 전체의 발전에도 긍정적이고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깊은 생각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생각의 깊이는 어떤 특별한 재능이나 뛰어난 지적 능력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조금씩 길러지는 습관에 가깝다. 잠깐의 여유가 생길 때마다 눈앞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 한 번 더 질문하고 의심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 그것이 곧 깊이 있는 사고를 위한 첫걸음이 된다. 학생들에게 종종 이야기하듯, 깊이 생각한다는 것은 결국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창을 조금씩 더 넓히고, 그 창을 통해 기회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며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나는, 깊이 있는 사고가 학생들의 삶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매일 깨닫는다. 단순히 시험 점수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의 삶과 세상을 더 진실하고 풍부하게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진정한 대학 교육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조금씩이라도 깊은 생각의 습관을 기른 학생들은 앞으로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문제와 도전을 보다 현명하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진정으로 생각이 깊은 삶이란 바로 끝없는 질문과 진지한 성찰로부터 출발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학생들에게 말한다. “한 번 더 깊게 생각해 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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