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일기] 워라밸의 역설

- 안성재 쉐프에게 배우는 워라밸의 의미

by Chemifessor
워라밸 논란

최근 미슐랭 3스타 '모수'라는 레스토랑의 안성재 셰프가 한 '워라밸'에 대한 발언이 화제를 모았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워라밸을 입에 담지만, 그는 젊은 시절에는 워라밸을 미뤄두고 최대한 일에 몰두한 후 나이가 든 뒤에 비로소 균형 잡힌 삶을 누리는 것이 맞다고 말한다. 이 발언은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갑론을박을 일으켰다. "젊을 때 무리하면 나중에 골병 든다"라는 주장과 "젊어서 고생해야 나중에 편안히 산다"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두 주장 모두 설득력 있다. 그러나 나는 안성재라는 인물의 삶 속에서, 젊은 시절 워라밸을 뒤로 미루는 것이 왜 필요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처절한 생존의 기록

어린 시절,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던 그가 낯선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을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다수의 백인과 흑인 사회에서 소수의 동양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가 막연히 떠올리는 어려움보다 훨씬 더 고통스럽고 외로운 일이었으리라. 그런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단련하고 버텨낸 시간이 오늘날의 미슐랭 3스타 셰프 안성재를 만들어낸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성취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처절한 생존의 기록에 가깝다.

성공은 노력의 산물

요즘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성공은 하고 싶지만 성공에 큰 관심은 없어 보인다. 그저 "지금처럼 편하게 살고 싶어요.", "복잡한 고민은 싫어요."라고 말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물론 워라밸을 추구하면서도 성공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그래서 우리는 워라밸을 누리면서 성공한 사례를 찾아내 "거봐, 이렇게 살아도 성공할 수 있잖아."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결국 목표가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전국 제패와 같은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면, 그 과정에서 워라밸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삶의 목표가 적당한 행복, 평범한 삶이라면 워라밸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결국, 중요한 건 당신이 원하는 삶의 기준과 목표이다. 성공은 자기의 시간과 열정을 대가로 요구한다. 이것은 변치 않는 진리이다. 하지만 성공이 찾아오는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누구는 빨리 올 수도 있고, 누구는 늦게 올 수도 있다. 바로 여기에서 운이라는 변수가 작동한다.

미래를 위한 삶의 자세

박사 과정을 경험한 사람들은 누구나 안다.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외로운지, 또 그 고통 속에서 흘린 눈물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말이다. 그렇게 어렵게 박사를 받는다 해도 모두가 교수가 되는 건 아니다. 이 지점부터는 분명히 운이 작용한다. 그러나 그 운마저도 끌어당기기 위해선 젊은 날의 치열함과 헌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결국, 최상위의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안다. 젊은 시절의 워라밸이란 성공의 여정에서 사치라는 사실을. 안성재 셰프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삶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를 통해 나 역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깊이 고민하게 된다.

워라밸, 이 얼마나 모순적이고도 애증 어린 단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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