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일기]
결국 바꿔야 할 것은 나자신이다.

- 남을 바꾸는 것보다 어려운 나 자신 바꾸기.

by Chemifessor
개강과 삶의 변화

3월. 개강이다.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반갑지 않은 개강이 다시 찾아왔다. 겨우 익숙해진 방학의 여유를 뒤로하고, 분주하게 학교의 스케줄에 맞춰 삶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 3월이란 원래 모든 것이 새롭게 변하는 시기이니 말이다.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연구실 문을 열면, 언제나처럼 익숙한 나만의 공간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내 공간만 그대로일 뿐, 세상은 눈에 띄지 않게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교수라는 직업은 일상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아도 삶을 유지하는 데 무리가 없다. 평소 하던 연구를 그대로 하고, 작년에 했던 강의를 그대로 반복하더라도 특별히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결국 수요자는 학생이고, 학생들은 평범한 강의도 큰 불평 없이 듣고 졸업하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은 일단 입학만 하면 되는 곳이었고, 진짜 사회생활은 졸업 이후에야 시작한다고 믿었다. 친구들과 매일같이 술을 마시며 대학 생활을 만끽해도 졸업 후 취업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도 세상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변하고 있었다. 다만 내가 그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마치 우리가 지구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것을 느끼지 못하듯이 말이다. 신입생들을 보며 세상의 변화를 인식한 나에게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왔다.


학생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나는 개강을 하면 최대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한다. 신입생, 재학생, 복학생까지 다양한 경험을 한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그들의 선생님이 아니라, 그들이 나의 선생님이 된다. 학생들은 그 누구보다 민감하게 세상의 변화를 읽고 있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이 보이기도 하고, 가끔씩은 그들이 가진 놀라운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특히 디지털 세대를 살아가는 그들의 흡수력과 적응력은 놀랍도록 빠르고 뛰어나다. 그러나 정작 학생 본인은 그것이 특별한 능력이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이들에게 디지털은 공기처럼 당연한 존재다. 그들은 이 새로운 문명을 자유자재로 누리고, 이를 통해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세상의 가능성들을 펼쳐 보인다. 바로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오히려 내가 더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는다.


결국 내가 변해야한다

나는 늘 학생들의 성공을 위해서 필요한 능력은 의지와 끈기라고 자주 이야기했다. 좋은 직장을 얻고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키우고 성공을 위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의지가 부족해 보이는 학생들의 단점을 지적하며 그들을 좀 더 나은 삶의 방향으로 이끌어 주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그 학생들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깨달았다. 결국 변해야 하는 사람은 학생이 아니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나였다. 학생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학생은 각자만의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고, 그 개성 자체가 모두 가치 있는 것이다. 학생 개개인의 장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최대한 살려주는 것이 진정한 교수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점을 간과했고 다분히 나의 관점으로 학생들을 평가했다. 나는 이제 학생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고 기여할 수 있을지 더 깊게 고민한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발굴하여 그것이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수인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공부만 잘한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받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예전에는 공부만 잘하면 고소득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사회였지만, 지금은 각자의 분야에서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어 간다. 지방대 학생들이 서울의 명문대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강점이 필요하다. 나는 우리 학생들이 그런 창의적이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길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하는 것이 교수로서 나의 새로운 목표이다. 이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한걸음씩 내딛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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