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일기] 7세 고시, 대학의 무게

- 7세 고시와 교육 경쟁의 현실에 대한 성찰

by Chemifessor
7세 고시

최근 가장 핫한 다큐멘터리 중 하나인 '7세 고시'를 봤다. 교육계에 종사하다 보니 이런 다큐멘터리를 좋아하고 배워야 할 점을 찾곤 한다.

'7세 고시'. 강남구 대치동의 사교육 시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대치동의 학원은 워낙 영화, 드라마로 많이 다루어진 내용이라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달랐다. 3~7살의 어린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 동안 다루었던 사교육 이야기는 고등학생에 집중되어 있었다. 좋은 대학에 가기위한 고등학생들의 현실을 다룬 것이다. 하지만 7살이라니 너무 어리지 않은가? 이런 현상을 '고시'로까지 부르는 이유는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일부 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아주 어린 나이부터 밤잠을 설쳐가며 시험 공부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 입학을 위한 사전 관문으로, 좋은 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 시험인 것이다. 그 시험의 난이도가 극도로 높아 서울대 학생조차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7살의 미취학 아동에게 풀게 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경쟁 구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였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원 운영의 어려움

그렇다면 왜 7살의 미취학 아동에게까지 학원의 손길이 뻗쳤을까? 학원 관계자들은 학령 인구 감소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사교육 시장도 학령 인구 감소라는 상황에 직격탄을 맞았다. 학생들이 줄어들다 보니 일부 잘나가는 학원을 제외하고는 많은 학원들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중고등학생들만으로도 충분히 학원 운영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더 어린 학생들까지 끌어들여야 학원 운영이 가능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원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학부모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7살 때부터 고등학교 내용을 선행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는 것이다. 남들보다 더 빠르게 준비하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매우 어린 나이부터 무한 경쟁 시스템에 놓이게 된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이미 고등학교 수능 시험을 마스터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도록 교육하고, 고등학교 때는 내신을 잘 관리하여 의대로 진학하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인재의 부족과 스트레스에 갇힌 아이들

이러한 상황 속에도 많은 대학들은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그 수많은 학생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인가? 모두 의대로만 간 것인가? 대학은 도대체 무엇이길래 어린 학생들을 이렇게 힘들게 내모는 것인가?

대치동의 길가에는 캡슐안에 들어가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어디엔가 목놓아 소리를 치지 않으면 어린 학생들이 가진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다 본 나는 잠시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가 학생일 때도 '성문종합영어', '실력정석'과 같이 중학교 때 고등학교 내용을 모두 배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도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지금은 처음부터 경쟁에서 밀리면 나중에는 따라잡을 수 없는 현실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교육 정책의 의도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학생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마음이 복잡해졌다.


대학의 역할에 대한 고민

이러한 시점에서 대학은 어떠한 교육을 해야할까? 항상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정작 인재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정의내리기 어렵다. 시험을 잘 보고 잘 외우는 학생이 정말 인재인지, 도대체 어떤 것이 인재를 규정짓는 것인지 모르겠다. 생각이 점점 많아진다. 어떻게 해야만 학생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무한한 경쟁 속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샘솟는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과도한 경쟁 구도가 마냥 좋은지는 의문이 든다. 부디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교수일기] 지방대학 교수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