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Z학생들의 삶의 무게
자퇴 신청서 한 장
매년 2월, 작은 소도시에 위치한 지방 대학의 교수로서 내 마음은 한편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한 때 젊은 꿈을 안고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미래를 응원했던 내가, 이제는 편입과 수능을 통해 좋은 학교에 입학하는 데 성공한 학생들이 조용히 건네는 자퇴 신청서 한 장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처음에는 그 신청서를 건네온 학생들의 눈빛에서 밝은 미래에 대한 설램과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을 보았다. 진심을 다해 상담하며 “네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성공하길 바란다”라는 말로 응원하던 나는, 그들의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에 무한한 가능성과 찬란한 미래가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따뜻했던 열정은 점차 시들어 갔다. 자퇴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그들의 눈빛이 기계적으로 변해감에 따라 진심을 담았던 대화는 단순한 서류 작업에 불과해졌다. 나는 이미 마음 한켠에서부터 그들의 미래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식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식어가는 나의 열정
처음에는 1학년의 풋풋함과 2학년의 열정 가득한 눈동자만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학생들의 눈망울에 ‘자퇴 통보’라는 단어만이 보이고,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높여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떠나는 모습을 보며 내 열정도 함께 식어가는 것만 같다. 그렇게 떠나는 그들의 모습은 어느새 내게 반복되는 의식처럼 느껴졌고, 나는 점차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마저 냉담해짐을 피할 수 없었다. 과거의 나는 진심으로 학생들의 미래를 응원하며 그들의 길이 새로운 빛이 될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단지 서류를 작성하는 기계처럼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은 채 그들의 결정을 받아들일 뿐이다. 나는 그들의 눈에서 느껴지는 무심함과 동시에, 내 눈에서도 서서히 사라져 가는 열정의 잔상을 보며 혼란스러워진다.
내적 고민
때때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말로 이게 학생들에게 더 나은 길일까? 그들의 선택이 과연 인생의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까?” 학생들이 떠나는 길이 희망의 시작이기를 바라면서도, 단지 냉혹한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도피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내 안을 채운다. 나는 아직도 자퇴 신청서 앞에 서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아이들의 눈망울 속에 있는 빛나는 꿈과 기대와는 달리, 내 열정과 진심이 무뎌져 가고 있는 모습이 한없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삶이란 단지 더 나은 조건이나 환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오늘도 2월의 찬바람 속에서 서류 한 장 속에 담긴 그들의 선택과 내 안에 쌓여 가는 회한을 마주한다. 과연 어떤 삶이 더 좋은 삶일까? 떠나가는 학생들의 미래는 과연 빛으로 가득 찰 수 있을까? 남아 있는 이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끝없는 질문들은 아직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히 울려 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