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고민
생성형 AI의 시대
ChatGPT가 나온 지도 대략 3년 정도 되었다. 이세돌이 알파고와 바둑을 둔 지는 9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생성형 AI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단순히 자료를 찾아주는 것을 넘어 글쓰기, 동영상 제작, 그림 그리기 등 과거에는 인간의 고유한 창조적 영역이라 믿었던 부분까지 생성형 AI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학생들에게 더 크게 다가왔다. 학생들도 에세이와 숙제는 이제 ChatGPT가 없으면 할 수 없을 만큼, 불과 몇 년 사이에 우리의 삶과 배움에 대한 방식도 크게 바꿔놓았다. 예전에는 모르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변에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야 했지만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ChatGPT에게 물어보면 된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교육자로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기술의 발전이 학생의 성장을 돕는 것을 넘어, 이제는 기술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가기 힘든 시대가 된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학생들의 혼란
학생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느껴진다. 인간이 아무리 열심히 암기를 해도 기계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의 양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을 이제는 모두가 안다. 그렇다 보니 시험 기간에 맞춰 벼락치기로 무언가를 외우고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 자체에 대해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라고 느끼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눈앞의 AI라는 '오픈북'을 두고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머릿속에 지식을 넣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교수자는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까?
고민되는 교수자의 역할
많은 사람들이 생성형 AI 시대에 교수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앞으로 사회에 나갔을 때 과연 어떤 역량을 갖춰야 AI에 대체되지 않고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 중이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로 길러줄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내가 내린 결론은, 결국 돌고 돌아 '지식의 총량을 늘리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지식은 단순히 짧은 시간에 암기하고 시험이 끝나면 잊어버리는 그런 휘발성 암기가 아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머릿속에 단단하게 남아있는 장기 기억의 용량이 늘어야 진짜 힘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만큼 깊이있는 질문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정보는 스마트폰으로 1초 만에 찾을 수 있지만,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지식의 깊이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깊이있는 지식을 위한 사유
임진왜란이 몇 년도에 일어났는지 묻는 단답형 지식이 아니라, 왜 그 시점에 임진왜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당시 동북아의 정세와 각국의 입장을 엮어서 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임진왜란 원인'을 검색해서 나오는 결과물을 읽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자기 머릿속에 있는 역사적 사실과 인물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구구단을 남들보다 빨리 외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왜 인간이 '곱하기'라는 연산을 만들어냈고, 이 연산이 우리 삶의 어떤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지 그 원리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나중에 더 복잡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AI에게 올바른 질문을 던져 답을 구하고, 그 답이 맞는지 틀린 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결국 AI는 내가 아는 만큼만 활용할 수 있는 도구이다. 내 머릿속에 든 것이 없으면 AI에게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조차 알 수 없다. 나는 학생들의 머릿속에 평생 가져갈 수 있는 단단한 지식의 뼈대를 세워주고, 그 뼈대 위에 스스로 새로운 지식을 쌓아 올리며 생각의 힘을 키워나가는 그런 인재를 길러내고 싶다. 쉽지 않겠지만 이러한 목표를 위해 오늘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