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일기] 중소기업이라도 가라

대학 졸업이 짐이 되는 현실 앞에 무력감

by Chemifessor
학생과의 대화

흔한 출근길. 복도에서 4학년 학생을 만났다.

"안녕"

"안녕하세요."

"시험은 잘 마무리하고 있어? 방학은 어떻게 보낼거야?"

"모르겠어요. 요즘은 취직이 너무 안돼서 방학에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래? 그래도 중소기업은 조금 공채가 있지 않아?"

"아니요. 사람을 뽑는다는 공고가 올라온 곳이 없어요. 중소기업도 사람을 전혀 뽑지 않는데요. 그리고 기존에 다니던 사람들도 퇴사를 시키는 상황이라고 하더라구요. 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학생과 대화를 하다보니 정말 막막했다. 이러한 시기에 대학생이라니. 나는 어떠한 위로나 도움이 될 만한 말을 건넬 수 없었다. 이만큼 어려운 세상인데 어떤 말이 도움이 될까 싶어서 나도 모르게 침묵을 찾았다.

일자리의 부족

가끔은 이러한 상황을 마주할 때가 너무 힘들다. 졸업생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넘쳐나 학생들이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기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럴 때는 나의 이야기가 오히려 잔소리가 되니 침묵이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 해결책을 마련해주어야 할 시기인데 도리어 방법이 없어 침묵을 찾는 나 자신이 초라해진다. 요즘은 취업 설명회에 가보면 고졸 채용이 인기이다. 많은 중소기업 및 대기업, 공공기관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을 선호한다고 한다. 대학에서 배운 내용 대신 실무를 바로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을수록 대학의 설자리가 점점 줄어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학생보다 고등학생을 선호하는 직장들 사이에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갈 곳은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힘든 세상에서 나의 역할

어떤 것이 현명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 학생들이 살아가는 미래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고 옳게 선택하는 것인지 끊임없이 스스로 물어보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학생과의 대화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애환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교수라는 직업인이기 이전에,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방법을 고민하는 어른이고 싶다. 단순히 이력서 쓰는 법이나 면접 기술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이 막막한 시기를 버텨낼 마음의 힘을 길러주고 싶다. 정답이 없는 세상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너의 가치는 취업으로 증명되지 않는다'고, '잠시 길을 잃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단순한 위로일수도 있지만 이런 이야기가 힘이 될 것이라 믿는 것. 어쩌면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그것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이 무거운 침묵을 잊지 않고, 내일 만날 학생의 눈을 더 깊이 들여다봐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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