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일기]
같은 공간 속 서로 다른 시간

-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by Chemifessor
교수의 시간

아침 출근길. 오늘도 어김없이 손에는 하루의 피곤을 달래줄 빽다방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들려 있다.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카페인의 양은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제한된다. 예전에는 여러 잔을 마셔도 문제없었지만, 이제는 두 잔만 마셔도 밤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심장이 두근거릴 때가 있다. 몸이 카페인을 견디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도 어느새 나이를 먹었다는 걸 실감했다.


오피스에 카드를 태그하고 들어서면 산더미처럼 쌓인 오늘의 업무가 나를 기다린다. 처음 교수가 되었을 땐 여유롭고 멋진 삶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온갖 잡무와 서류에 파묻힌 날들의 연속이었다. 대학원생 때는 팀으로 나눠했던 일들이 이제는 오롯이 나의 몫이다. 이것이 지방대 교수의 무게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학생 모집과 학과 운영에 대한 걱정이 매일같이 떠오른다. 영어 유치원보다 싼 등록금으로 이 현실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고민이다. 요즘은 고등학교의 연구 장비와 시설이 웬만한 대학보다 더 좋다는 걸 느끼며, 나라의 미래에 대해 우려도 해본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내가 바꿀 수 없음을 알기에 묵묵히 주어진 일들을 해나간다.


어느덧 밤이 깊어간다. 주 52시간 근무가 대세라지만, 교수의 시간은 끝이 없다. 끊임없이 사유하고 연구한다. 이 사유와 연구가 좋아 교수가 되었기에 힘들어도 한편으로는 행복하다.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이율배반적인 감정 속에서 오늘도 하루를 보낸다.


학생의 시간

터벅터벅 학교로 향한다. 남들은 대학생이라 즐겁겠다고 하지만, 나는 4학년이라 그런지 잘 모르겠다. 요즘 대기업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실감 난다. 작년에 어떤 선배가 대기업에 들어갔다는데, 공채가 아니라 교수님 추천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대학원에는 관심이 없지만 취직을 위해 석사라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친구가 관심 있는 연구실에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연구비 부족으로 인건비를 충분히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들어올 마음이 있다면 받아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고민하더라. 다른 연구실은 홈페이지를 보니 외국인 연구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유일한 한국인으로 생활할 생각을 하니 부담스러워 그곳도 지원하기 어렵다.


휴학이나 할까 싶지만, 집에서는 졸업이나 하라고 압박이 심하다. 중소기업으로 눈을 낮추자니 연봉이 너무 낮아 지원하기도 꺼려진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자니, 요즘 공무원 처우가 좋지 않아 고민이 된다. 이러다 보면 나도 '그냥 쉼' 청년이 되는 건 아닐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막막한 현실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학교의 시간

학교는 올해도 입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 애쓴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어려워진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매년 지원자도 감소하고 있다. 교육부의 요구 사항은 계속 늘어나는데, 이를 충족하기 위한 재정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에는 시설과 연구 환경 면에서 고등학교에조차 뒤처지고 있다. 학생들은 등록금이 낮아도 대학의 환경이 고등학교보다 못하면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현실에서 대학 운영을 유지하려면 점점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각종 SNS와 광고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생긴다.


학교의 시간은 늘 긴박하다. 입시가 끝나면 다음 학기를 준비하고, 학생들을 붙잡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지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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