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쉼표와 리듬

지혜롭게 말하고 싶다.

by 유지현

다음부터는 천천히 숨을 쉬면서

한 문장씩 말해 야지. '급할 거 없어'


가끔 말하다 보면

목소리가 떨리고, 숨이 차오르면서

말하다 말고 떨리는 큰 숨을 쉴 때가 있다,

나의 강직한 말이, 부끄러움을 들켜버리는 순간이다.


억울함과 분노감, 정당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을

말해야 된다고 생각했을 때,

정리되지 않은 감정, 미처 달래지 못한 감정은

말의 리듬감을 찾지 못하고, 쉼표를 놓치고

숨이 턱카지 차올라 내 말을 막아버린다.


속상하다.

옳은 말, 꼭 필요한 말을 그때 말하지 않고 참으면 존재 가치가 떨어질 것 같아서ᆢ나의 자존감은 나를 투사로 만들지만, 아직 단련되지 않은 연약함은 떨리는 큰 숨에 강렬한 불꽃을 사그라트린다.


내 말의 진의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과 나의 투지가 보잘것없이 돼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손실감이 나를 괴롭힌다.


그것이 우리 전체를 위한 것이었다면 더욱 괴로울 때가 있다.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고 숨죽인 그들 안에

있는 나는, 왜 그들을 위해 투사가 되는가. 나도 그들처럼, 나만을 위한 것만 챙겨도 될 텐데ᆢ

내가 속한 우리의 자존감이 나의 자존감이라고 여기기 때문인가. 나는 아마도

그리 달갑지 않은 타인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이 영 불편한 모양이다.


떨리지 않았다면, 정확하고 부드럽게 잘 표현할 수 있었다면, 나는 투사가 아니라 해야 할 말을 설득력 있게 잘 전달한 지혜로운 사람이었을 텐데.


나에게 손해가 될지도 모를 일을

나 스스로에게 용기 있게 잘했다는 '만족상'이라도 주지 못해서 자꾸 아쉬움이 남는다.


직장에서 이런저런 이익손실보다 내 맘이 용납되지 못하는 것을 '표현해야 한다'는 정의감인지 뭔지 모를 이것 때문에 혼자서 내면의 전쟁을 치를 때가 있다.

영악하게 침묵하는 이들을 위해서 나의 용기 있는 한마디가 아깝지만, 내가 속한 공동체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은 어리석은 '나'가 충돌한다. 바보 같다.


다음에는 큰 숨을 먼저 쉬고,

급할 것 없이 천천히 쉼표를 지켜가며

말해야지.

나보다 큰 힘 앞에서 말할 때는 더욱 그 리듬을 지켜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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