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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ole Market Aug 10. 2023

열번째, 이사 준비

왜 사람은 잃어버리고나서 후회할까.

이사가 가고 싶었다. 답답한 이곳이 싫었다. 내가 혼자 터전을 잡은 이 집은 크기도 크고 접근성도 용이했지만 도로변과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내 집에서는 어떠한 자연도 느끼기 힘들다. 오직 베란다에서 조금의 산을 구경할 수 있지만 그것도 아주 조금, 내가 몸을 움직여야지만 얻을 수 있는 조각에 불과하다. 자연이 보고 싶었다. 자연을 보며 아침을 나고 밥을 먹고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이사를 결심했다. 내가 자연을 집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그러나 변화가와 가까운 지금의 동네를 떠나야했다. 나는 몹시 떠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 정돈된 동네, 온통 유행하는 것들에서 벗어나 동네다운 동네, 사람 사는 것 같은 동네에서 살고 싶었다. 그런 욕망이 가득차 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 말이다. 


이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사람이 참 이상한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으니 이 동네를 떠나는 것이 무섭다. 이 집을 떠나는 것은 상관없으나 익숙했던 동네를 떠나는 게 무서워졌다. 내가 다른 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후회는 하지 않을까.


오늘 비가 내렸다. 태풍이라 했는데 바람도 많이 불지 않고 비도 부슬부슬 시원하게 내린다. 나가서 산책을 했다. 그리고 밤에 산길을 올랐다. 새로운 길을 찾아 걸었다. 걷다 방죽이 있다는 표지판을 봤다. 그것을 따라 걸었다. 그리고 그곳에 작은 방죽이 있었다. 


아, 

이 동네에 내가 모르는 좋은 곳이 많았구나. 

그런데 그냥 불평만 했구나.


물론 나는 이 집이 나에게 좋은 안식처가 되지 못하기에 떠나는 거지만. 쓸쓸해졌다. 사람은 왜 사라지고 나서야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되고나서야 그것에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일까? 문득 돌아가신 엄마, 아빠가 떠올랐다. 그들의 소중함이 있을 때보다 사라지고 나서 비로소 제대로 인식된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작게 엄마와 아빠를 불러봤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약간 씁쓸한 날.


그래도 나는 새로운 동네에 잘 적응할 것이다. 그러니 미래에 대한 걱정은 집어넣고 지금, 아직 남은 이곳의 생활을 즐기자. 그러자. 그렇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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