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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Nov 16. 2019

#1 '말 늦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현직 언어치료사가 엄마가 된 후, 그전엔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


엄마가 되고서야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지하철을 타고 환승할 때 찾게 되는 엘리베이터라든지, 모임 장소를 정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하게 되는 수유실이라든지, 유모차가 갈 수 있는 길과 갈 수 없는 길 같은 그런 것들이다. 언어치료사인 나도 엄마가 되고서야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어머니, 오늘 준이는 가을과 관련된 어휘들을 배웠어요. 우리나라에는 사계절이 있고, 그중에 가을이 되면 무엇이 변하는지 그림책을 보며 어휘들을 익혔고요. 여러 가지 낙엽들을 가지고 예쁜 꽃다발을 같이 만들면서 색깔 어휘도 공부하고 '색깔+낙엽 이름+꽂아'라는 문장을 연습했어요. 집에 가셔서 아이와 함께 오늘 배운 어휘와 문장을 활용해 보세요."


엄마가 되기 전에 나는 언어치료가 끝나면 치료 아이의 엄마에게 5분 혹은 10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오늘 아이와 함께했던 활동들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 누군가에게 쫓기듯 급히 인사를 하며 마무리했었다.

그 뒤에 바로 이어지는 수업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때에 나는 아이의 언어에만 초점이 맞춰진 시기였다.

폭포수처럼 쏟아낸 말들을 묵묵히 듣고 계셨던 준이 엄마의 표정이 어땠었는지, 어떤 질문을 하고 싶으셨는지,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바로 뒤에서 듣고 있었을 아이의 표정이 어땠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매일같이 선잠을 자며 난생처음 젖도 물려보고, 밤새 칭얼대기라도 하면 어디 아픈 건 아닌지, 배가 고픈 건가 이앓이를 하는 건가 혹시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어떤 고통 때문에 괴로워 우는 건 아닌지, 열이 펄펄 끓어 뜬 눈으로 밤새 아이 곁을 지키며 진짜 엄마가 되어 보고서야 준이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생각 없이 내뱉었던 수많은 말들이 엄마의 마음속에 고스란히 심기어, 수많은 생채기들을 만들어냈을 거란 것을 말이다. 아이의 엄마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를 치료실에 데리고 오셨을지, 그리고 또 어떤 마음을 품은 채 집으로 향하셨을지 조금이나마 헤아려볼 수 있었다. 그때의 나는 아이와 엄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나의 무지했던 지난날에 죄스런 마음이 들었다.  

나를 보며 예쁘게 미소 짓던 그 아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기뻐하는지, 어떤 칭찬을 받았을 때 좋아하는지, 어린이집에서 가장 힘들게 하는 게 무엇인지,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어떤 아이인지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위로와 공감이 필요했을 아이의 엄마에게도 괜찮다, 잘하고 계신다, 식사 잘 챙겨 드시라. 그 흔한 위로와 안부도 건네드리지 못했다.




햇살이 좋아 아이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던 어느 날 문득, 엄마가 된 지금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된 지금 다시 그분들을 만나 부모교육을 한다면, 어떤 이야기들을 해드릴 수 있을까. 엄마의 시선으로, 엄마의 마음으로 그분들께 작지만 위로가 되는 도움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이런저런 마음들이 모여 '말이 늦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위한 나만의 노하우가 담긴, 언어지도 부모교육 시리즈를 기획하게 되었다.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엄마 언어치료사 만들기 프로젝트!'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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