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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Jul 05. 2020

부모가 알아야 할 우리 아이의 '언어의 세계'

이해 언어능력_1편

하나의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말하고, 듣고, 이해하는 능력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삶에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발달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언어라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야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해 언어능력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해 언어가 단단하게 다져지지 않고서는 절대로 표현 언어가 선행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언어라는 것은 반드시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야 언어로써의 기능을 실현할 수 있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의미'에 대한 개념을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과정이 곧 '이해 언어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는 반드시 이해 언어능력이 선행된 후에야 표현 언어로 서서히 드러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이해 언어능력들을 발달시켜나가게 된다.



이해 언어 능력이란?

이해 언어능력이란, 특정한 음소에 대해 말소리를 구분하고 억양이나 강세 등을 변별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어휘와 의미를 연결할 수 있는 능력, 마지막으로 문장 내의 문법형태소나 구문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모두를 포함한다.


1단계: 말소리 및 초분 절적 특성에 대한 변별 능력(0-10개월)

아이는 엄마의 말소리를 들으며 점차적으로 모국어에 대한 말소리를 구분하게 되고, 억양이나 강세와 같은 초분절적인 특성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이 시기에는 자음과 모음 등의 음소를 변별할 수 있게 되고 이는 단어를 습득하는 기초 능력이 된다. 또한, 음의 높이도 변별할 수 있게 되어 억양도 학습할 수 있게 된다.

 

2단계: 어휘와 의미를 연결하는 능력(10-30개월)

이 시기의 아이들은 점점 친숙한 낱말이나 간단한 문장을 듣고 지시 따르기가 가능해지고, 낱말의 뜻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해 어휘는 사람이나 사물 이름과 같은 명사를 먼저 습득하고, 차츰 동사 어휘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며, 단순어에서 복합어의 이해로 확장된다(Benedict, 1979; Huttenlochr, 1974). 처음에는 '엄마, 아빠'와 같은 사람을 지칭하는 명사나 '물, 자동차' 등 사물의 이름을 먼저 이해하게 되고, 그 후에는 자신이 경험한 동사와 같이 친숙한 동사 어휘들, '줘, 먹어'와 같은 특정 어휘들을 빠르게 이해해나간다. 두 돌 전후가 되면 아이들은 단순한 문장의 지시 따르기에서 점차적으로 두 가지 이상의 복잡한 지시 따르기와 같은 복문들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3단계: 문장 내의 구문 이해능력(30-36개월)

 구문 이해능력은 문장에 포함된 문법형태소나 구문 구조, 낱말의 배열 순서 등에 의존하여 문장을 이해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김영태, 2002). 처음에는 명사와 동사, 형용사와 부사 등 다양한 품사들을 이해하게 되고 문장 안에 포함된 문법형태소들도 습득하게 되면서 마지막에는 문장의 어순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이해 언어능력이 잘 자라고 있는지를 알아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해 언어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아이가 알고 있는 단어(이해 어휘)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체크해보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지시 따르기 수행능력을 확인해보는 방법이 있다.


아직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지만 우리 아이가 어떤 단어를 듣고 웃는다든지, 고개를 끄덕인다든지 하는 등 그 단어를 이해하고 있다는 표현을 한다면 그 어휘들은 아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이해 어휘'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말로 표현하기 이전의 이해 어휘능력을 위한 침묵의 시기가 존재하게 된다. 즉, 충분한 이해 어휘들이 쌓이고 쌓이고 난 뒤에 표현 어휘들이 하나둘씩 겉으로 튀어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한 개 혹은 두 개 정도의 단어를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이해 어휘의 수는 표현 어휘의 수와 동일하게 한 개, 혹은 두 개가 아니라 10개 혹은 50개, 아니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이 느린 아이에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아이가 지금 어떤 말을 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현재 이해하고 있는 어휘들이 무엇인지, 얼마나 많은 이해 어휘들이 쌓이고 있느냐'이다.


아이의 이해 어휘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바로 '지시 따르기 수행능력'이다.

아이에게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이상의 지시 따르기를 요청했을 때 얼마나 지시 따르기가 가능한지를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컵 주세요'와 같은 한 가지 지시 따르기가 가능한지, 혹은 '방에 가서 수건 가지고 와' 같이 두 가지의 지시 따르기가 가능하지를 관찰해보아야 한다. 아이들은 상대방이 하는 말의 명사 어휘 혹은 동사 어휘를 이해하고 있을 때 지시 따르기 수행을 할 수 있다.


말이 느린 부모님과 상담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이해 어휘능력'에 대해 잘 모르시거나 관심이 전혀 없으신 경우들이 많다. 아이가 말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과정들을 거쳐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과정들이 생략되고 느닷없이 찾아오는 행운처럼 말을 전혀 하지 못하던 아이가 갑자기 말이 터지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어발달에 있어 우연이라는 것은 없으며, 불현듯 찾아오는 행운으로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하나도 없는 아이라도 아이들마다 이해 언어 수준은 다 다르다. 어떤 아이는 이제 막 단어마다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단계일 수 있고, 또 어떤 아이는 아직은 엄마의 말소리에서 자음과 모음을 구별하는 변별 단계일 수 있다. 무조건 엄마 아빠 말을 따라 말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이가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처음으로 계단을 오르는 것을 알려주듯이 부모는 아이가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수 있도록 언어에도 디딤돌을 놓아주어야 한다.



우리 아이도 이해언어능력을 키우는 '침묵의 시기'가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아이들을 지켜보며 그 시기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되어보니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내가 지금 하는 말들이 이 아이의 내면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것이 맞을까?'

마치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같은 길고 긴 시간이었다. 우리 아이가 여느 아이들처럼 반응이 크고 소리라도 많이 지르는 아이였다면 크게 걱정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우리아이는 어릴때는 지금보다 더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자신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아이였다.) 내가 한껏 들떠 아이에게 말을 걸면 아이는 그런 나를 유심히 쳐다보는 것으로 마음을 전했었다. 모든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명백하게 보이듯이, 지금의 우리아이 모습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걱정이라는 것은 집어던지고 그 시간들을 마음껏 즐겨보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는 불안한 내 마음때문에 아이가 보내고 있는 작은 신호들을 잘 알아채지 못했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우리아이가 그때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왜 그랬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느껴져도 그래도 계속 물을 부어주자. 설사 장독에 미세한 금이 있더라도 세어나가는 물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쏟아부어 아이의 부족한 언어를 있는 힘껏 가득 채워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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