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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엄마 Jul 16. 2020

'애착'도 세대 간 전이가 된다.

부모의 발달 역사와 양육태도

'부모의 발달 역사'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부모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한 아이의 탄생과 함께 여자는 엄마로, 남자는 아빠가 되어 부모로 남은 삶을 살아가게 된다.

부모가 어렸을 때 자신의 부모와 어떤 관계를 맺었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그리고 지금의 남편과 아내와 어떤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느냐에 따라 자신의 아이를 대하는 양육방식이 어떨지를 예측할 수 있다(Belsky & Pensky, 1988). 그 외에 다양한 연구에서도 부모와 영아와의 관계 형성은 아이를 출산하기 이전의 부모가 임신기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부모와 영아와의 애착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발달 역사와 심리적 구조 자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Heine-che 외(1986)의 연구에서 생후 2년까지의 주 양육자의 반응이 영아가 짜증 부리는 것과 관련이 있으며, 2세 시기의 공격성을 증가시킨다고 하였다. Cox 외(1985)는 생후 1년간 양육 형태를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출산 전의 엄마의 성격과 결혼 적응도, 자신이 부모로부터 받았던 보살핌의 질 그리고 영아의 기질 등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연구 결과, 엄마의 가족 역사가 현재의 성격 변인에 영향을 주었으며, 아이와의 양육 형태에도 영향을 주었다. 즉 자신과 부모와의 가족 역사가 양육 형태를 예측하는 데 가장 큰 요인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아기를 출산하기 전에 측정한 부모의 애착 상태는 1년 후에 아기와의 애착 상태와 70% 정도 일치하였으며 부모의 애착으로부터 아기의 애착을 예측할 수 있었다(Benoit & Parker, 1994; Fonagy, Steele & Seele, 1991; Wsrd & Carlson, 1995).  또한 민감한 양육행동이 부모와 영아의 애착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 양육자와 아기의 안전 애착 대 불완전 애착 분류에서 75%의 일치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van Ijzendoom, 1995). 반면, 부모가 심각한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영아와의 안전 애착의 정도가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Elder 등(1986)의 연구에서는 갈등과 불안정한 성격을 보인 부모는 자신의 결혼생활에서 긴장을 경험하였으며, 자녀에게 과민하고 격하게 행동한다고 하였다. 이들의 자녀도 아동기와 성인기에 과민하고 격한 성격을 보였지만, 불안정한 성격과 결혼생활의 갈등이 자녀에게 표현되지 않은 경우에는 세대 간 전이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렇듯 부모와 아이는 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부모의 발달 역사가 아이와 부모와의 애착을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모가 자신의 부모에게서 어떤 애착을 경험했느냐에 따라 자신의 아이에게도 동일한 애착의 경험을 제공해준다. 만약 불안정한 애착을 경험했던 부모가 이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 자신의 아이에게도 그 경험을 물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 세대에서 불행한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경험을 자신의 아이에게 표현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면 그 경험은 세대 간 전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희망이 있다. 자신이 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부모와 안정된 애착을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부모가 그것을 인지하고 자신의 경험을 아이에게 전가시키지 않으려 노력한다면 아이와 부모가 안정된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이는 부모의 정신적인 어려움을 보상해줄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부모가 노력한다면 영아기의 아이의 정서적 이상이나 행동 발달을 보상해 줄 수 있다.





반응성 애착장애(Reactive Attachment Disorder:RAD)


반응성 애착장애(RAD)란, 주 양육자와의 애착 문제로 인해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발달이 지체될 수 있으며, 눈 맞춤이 어렵거나 혼자서만 놀려고 하고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는 등 자폐 범주성 장애와 유사한 행동 특성을 보인다. 하지만, 심각한 의사소통 장애와 상동 행동은 보이지 않으며, 사회성 발달 능력이 있기 때문에 환경의 개선과 부모와의 안정된 애착이 형성되면 정상적인 발달의 가능성이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임상경력이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반응성 애착장애로 진단받아 온 아이와 언어치료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아이는 치료실 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뒤집어 놓고 결국에는 책상 깊숙이 박혀있던 딱풀을 꺼내 와그작 와그작 씹으며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마치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이상행동을 나에게 보여주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시험하는 것 같았다.

반응성 애착장애(RAD)를 몰랐었다면, 아이가 치료실을 헤집던 그 행동들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아이의 엄마와 상담을 진행하면서 산후우울증으로 인해 아이를 방에 가두는 등 아이를 방치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찌 보면 자폐 아이가 보이는 비정상적인 행동과도 같고 정신병리적인 문제 같기도 한 그 아이의 문제들이 어떤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바로 부모와의 애착 문제로 발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큰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그 이후에도 부모와의 애착 문제로 언어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케이스들을 만나며 아이에게 부모와의 관계에서 갖는 애착이라는 정서 발달이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알게 되면서 아이를 낳게 되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이와 애착을 형성하는 것에 많은 정성을 쏟을 것을 다짐했었다.


'애착'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면서, 생각보다 엄마와 아이의 관계에서 안정된 애착을 형성한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른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감정이 아닌 것들이 찾아오는 산후우울증도 애착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에 함께 찾아왔고, 아이가 자아를 견고히 형성하는 시기와 맞물려 변덕스럽고 고집부리는 행동을 일삼는 것을 지켜보며 일관적인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을 붙잡고 흐트러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가 부모로부터 경험하는 관계를 통해 안정된 애착을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우리 아이에게 가장 고마운 것은 나에게 혼나 울면서 잠이 들어도 아침이 되면 웃으며 나를 보며 사랑한다고 안아주는 것이고, 혹여나 아이에게 분풀이를 했을 때 아이를 안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언제든 나를 꼭 껴안아주고 토닥토닥 엄마의 등을 두드려주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에게 어떤 큰 잘못을 하든 상처를 주든 부모에게 손을 벌린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부모의 말에 두 팔 벌려 안아준다.


언어치료를 하기 전에 가장 먼저 시도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라포 형성'일 것이다. 부모와 아이가 '라포 형성'이라는 과정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안정된 애착'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정된 애착'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부모와 아이가 '라포'를 형성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있는 아이의 문을 열어주는 마스터키는 안정되고 일관된 모습을 보이는 부모가 아이의 옆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안전 애착을 형성한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자유로운 감정 표현'이다. 자신이 어떤 감정을 표현하든 부모가 자신을 사랑해준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감정의 좋고 나쁨을 거르지 않고 그대로 노출할 수 있다. 그만큼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자신감이 있고 움추려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한 아이들은 자신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지로 제한하고, 슬픔과 분노를 강하게 표현하거나 반대로 그것을 표현하지 않는다. 너무나 슬픈 이야기이다. 어린 아기임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눈치를 보며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절제하고 있는 것이다.


언어치료에서 '라포 형성'이 중요한 이유는 '언어'라는 것이 마음과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다. '언어'라는 그릇에 마음을 담아 자신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그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언제나 먼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하고 있는 상대방과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언어'를 이끌어내기 위한 동기가 필요하다. 아이의 연령이 어리다고 하더라도 억지도 아이의 언어를 끌어낼 수는 없다.

자신의 의도와 욕구를 언어로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몸짓이든 옹알이든 의미를 담은 언어이든 부모로부터 안정된 애착을 경험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Reference-
Eric J. Mach & Russel A. Barkley(2006). 아동정신병리, 시그마프레스.

그림출처: by 이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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