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K에게
이 맘때였을거야.
변두리 원룸 기숙사에서 함께 삼일을 보낸 후
오후 늦게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던 너를
한 번이라도 더 보겠다고
점심시간을 쪼개 달려온 내게
넌 조심스레 백숙을 내밀었지.
비좁은 냄비 속 잔뜩 웅크린 닭,
졸아서 바닥에 자박이던 국물.
맛은 중요하지 않았어.
재료를 사고, 다듬고, 끓이던 그 모든 시간 동안
넌 나를 생각했을 테니까.
망쳤다며 속상해하던 너를
어떤 말로 위로해주었는지,
내 팔에 꼬옥 매달린 채
나를 배웅하던 너에게
어떤 말로 다음을 기약했는지
난 이제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작별을 고하고
헐레벌떡 내리막길을 달려
황급히 택시에 올랐을 때,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던 너,
그런 너를 바라보며
두었던 나의 다짐은 기억해.
우리 인연의 끝이
이 순간이라 할지라도,
지금 너의 모습을
영원히 기억하겠노라고
차츰 무더워지는 이 맘 때면
문득 그 늦봄의 풍경이 떠오르곤 해.
포니테일,
핑크색 츄리닝,
팔짱을 낀 채
내 모습이 아주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너를.
2012년 6월 어느날 처음쓰다
2020년 7월 31일 고쳐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