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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샌달 Oct 07. 2024

답장이 늦으면 어때서

편리함 얻고, 자유 잃음

내 폰은 늘 무음모드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벨소리를 설정해 두었지만, 들을 일이 없다.

알람도 진동으로 맞춰둔다.

음악 듣기를 좋아하지만, 시끄러운 건 좋아하지 않는다.

외출하면 듣게 되는 온갖 소리로 이미 충분하고도 남기 때문에 나까지 소리를 보탤 필요는 없다.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폰을 자주 보지도 않는다.

요즘은 스마트워치를 차고 다녀서 밖에선 연락을 잘 받는 편이지만, 집에 들어오자마자 워치를 빼고 폰을 구석에 박아놓는다.


연락을 받지 않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냥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집에선 내 할 일 하기 바빠 폰을 볼 시간도, 보고 싶은 마음도 없다.


쉴 때도 보통 그냥 가만히 앉아있다.

하고 있던 일과 동떨어진 다른 생각에 잠기는 것으로 머리를 식힌다.

(브런치스토리에서 글을 쓰거나 다른 이의 글을 읽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시계 초침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방에서 혼자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그래도 의도적으로 폰을 확인하려고 노력한다.

일처리와 사회생활은 해야 하니까.

혹시라도 급한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카카오톡 ‘1’이 사라지지 않으면, 바로 답장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모든 사람이 하루종일 폰만 붙들고 지내는 게 아닌데

일부러 확인을 늦게 한다면서 화를 내거나 비꼬는 말로 공격한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자기만의 스타일 대로 사는 거 아닌가?

자신이 존중받고 싶은 만큼 상대방도 존중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다고 일처리가 늦어진 적도 없는데 말이지.

빠름과 느림의 기준은 개인차가 있다.

무조건 빠르다고 좋은 걸까?

서둘러야 할 일과 꼼꼼해야 하는 일의 속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만 있어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아 생활이 편리해진 건 분명하다. 그러나 그 대신 자유와 여유를 잃었다.

편리함에 속아 스스로 족쇄를 차고 살아가는 듯하다.

하지만, 빠르고 편리한 생활에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



(*표지이미지: AI 생성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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