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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철현 Sep 15. 2022

아내가 엄마처럼 느껴질 때

너를 보는 시점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다녀오고 바로 다음 날, 나는 아내와 함께 치과를 찾았다. 요 며칠 음식을 씹을 때마다 왼쪽 윗니의 통증이 느껴졌었는데, 여름휴가 동안 그 통증이 심해져서 더 이상은 그곳(이름을 부르기도 무서운 치과...)을 외면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치과에 도착하여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 선생님의 진찰을 받았다. 그리고 충치와 사랑니를 뽑아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그날 바로 치아 두 개를 뽑았다. 다행히 수술할 때나 마취가 풀린 후에도 통증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이를 뽑으니 살 것만 같았고, 앓던 이가 빠지는 기분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집에 돌아와 발치한 부분에 거즈를 물고 쉬는 동안, 아내 나를 위해 손수 쌀을 불려 흰 죽과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어 주었다. 원래는 입맛이 없었지만 아내가 정성껏 차려준 음식들을 보니 허기가 느껴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또한 아내는 치과에 다녀온 나를 대신해서 여행 기간 쌓여있던 집안일 도맡았다. 내가 미안해서 거들려 하자, 아내는 당분간 휴식이 가장 중요하다며 한사코 나를 말다.




발치 후 이틀이 지났을 무렵, 약을 제때 챙겨 먹지 않던 나는 아내에게 잔소리(?)를 들었다. 잇몸이 아물려면 항생제를 잘 챙겨 먹어야 한다면서 말이다. 그 외에도 헬스장을 며칠 쉬려니 몸이 근질근질했던  집에서 푸시업이라도 하려고 니, 아내는 쉴 때 푹 쉬라면서 그 또한 만류다. 과적으로 잇몸이 빠르게 회복되었으니 역시 아내 말을 듣길 잘한 것 같다.


치과에 다녀온 뒤 나를 위해 직접 죽을 끓여주고 약 잘 챙겨 먹으라 잔소리(?)를 하는 아내가 마치 어린 시절 나를 위해 잔소리를 하던 엄마처럼 보이는 건 왜일까?
신은 어디에나 함께하지 못하기에 어머니를 만드셨다는 처럼, 내게엄마와 함께 아내까지도 만들어 주신 아닐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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