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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원 Jul 10. 2020

[영화 미스트] 안개라는 불확실성

불확실성은 공포를 불러온다

영화 미스트는 어느 날, 도시를 덮쳐버린 안개와 마트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마트 주변은 안개가 자욱해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고, 안개 속에는 괴물이 존재한다. 마트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은 안개를 보고 저마다의 생각을 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뭉치게 된다. 




첫번째, 혼자 집으로 돌아가려는 아주머니


안개가 마트를 덮은 직후, 마트 속 사람들은 집으로 도망가려는 사람이 피를 흘리며 죽는 모습을 보고 겁에 질리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한 아주머니가 집에 어린 아들, 딸이 있는데, 너무 걱정되서 집에 가봐야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는데, 겁에 질린 사람들은 그녀의 도움을 무시한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무심하다고 말하며 홀로 안개 속으로 들어간다.




두번째, 변호사를 따르는 사람들


변호사는 작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사람으로 등장한다. 주인공 일행이 괴물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려려고 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는데, 변호사가 하는 말이라면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하지만 안개 속에 괴물이 있다는 주인공 일행의 말에 변호사는 안개는 그저 자연현상일 뿐이며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괴물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마트에 갇혀 있기 보다는 밖으로 나가 구조대에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밖은 위험하다는 주인공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게 된다.




세번째, 사이비 교주


이 영화에는 사이비 교주가 등장한다. 그녀는 이 사건은 하늘의 심판이며,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재물을 바치는 것 뿐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욕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공포심이 커질수록, 그녀를 따르는 사람들은 많아진다. 특히, 영화 중반에 죽을 고비를 넘긴 주인공 일행 중 한명도 극한의 공포심으로 그녀를 따르기 시작하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영화 중반에 괴물에게 죽을 위기를 넘기는데, 이후에 자신의 믿음이 더욱 확고해지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자신을 지지해지는 사람이 많아지자 실제로 젊은 군인 청년을 괴물에 재물로 바치게 된다. 그녀는 군인 청년이 죄의 원흉이라고 말한다. 영화 초반이었다면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겠지만 이미 그녀는 교주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따라 제발 살려달라는 청년의 말을 무시한채 밖으로 내쫓고, 그는 괴물의 재물이 된다. 그리고 그가 죽자, 오늘 재물을 바쳤으니 오늘 하루는 무사할거라고 안도하는 사이비 교주. 이 영화에서 가장 잔인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네번째,  주인공 일행


마트내 사람들이 점점 사이비 교주에게 넘어가는 현상을 보는 주인공 일행. 그리고 그들은 곧 그들이 재물이 될 것을 예상하고 탈출을 계획한다. 탈출하는건 좋은데 구체적인 계획이 있냐는 여주인공 말에 무작정 남쪽으로 가자라고 말하는 주인공. 무모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선택은 두가지다. 마트에 남아있다가 재물이되길 기다리느냐, 밖으로 탈출하느냐. 둘다 살 수 있는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이 장면을 보면서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면 탈출이라도 해보고 죽는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스포주의)



결말에 대하여


이 영화가 여운이 남는 이유는 바로 결말이 불편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무작정 남쪽으로 달리는 주인공 일행. 하지만 결국 안개는 계속되었고, 자동차 연료가 떨어진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각오를 한 주인공 일행. 차안에는 5명이 있었고 총알은 4개. 주인공을 제외한 모두는 죽게 되고, 혼자남은 주인공은 더이상 총알이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곧 안개가 걷히며, 구조대가 등장한다. 이에 주인공은 절규하며 영화 마무리. 만약 주인공 일행이 자살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한치앞을 예상할 수 없었는데,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았다면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랐던 것 아닐까.



다른 사람들은?


영화 초반에 자식을 구하러 홀로 나간 아주머니는 결국 살아남는다. 가장 이성적이었던 변호사를 따른 무리들은 모두 사망했다. 사이비 교주는 주인공 일행의 총에 맞아 사망하고, 나머지 마트 사람들은 생사가 불분명하다. 그리고 주인공을 제외한 주인공일행은 모두 사망한다. 이 영화가 불편한 이유는 '내가 생각하는 결말이 아니라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영화 마지막에 괴로워하는 주인공 뒤에 구조대가 나타날때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나 역시 느꼈다. 그리고 내가 느낀 불편함에 대해 생각해면서 이 영화의 가치를 느끼게 되었다. 




왜?


영화 초반, 집에 남겨진 자식이 너무 걱정된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아주머니를 무시한 마트 사람들. 하지만 마트 사람들을 욕할 수 있을까? 마트 사람들은 방금 안개속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본 직후, 공포에 압도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반대로 그런 위험한 상황인데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며 인정도 없는 사람이라고 몰아부치는 아주머니는 과연 옳다고 할 수 있는가. 아주머니와 그녀의 자식들은 결국 살아남았다. 왜 일까? 그녀의 모성애 때문에? 그건 알 수 없다. 그냥 살아남았을 뿐이다. 




인과관계


어떤 현상에 대해 사람들은 끊임없이 원인을 설명하고, 결과를 예측하고 싶어한다. 각종 매체를 보면 각종 자료와 전문용어를 이용해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선사시대 때, 기우제를 지내던 사람들과 비슷한 심리 아닐까. 영화에서 사람들은 아주머니가 왜 살아남았는지 설명하고 싶어한다. 원인을 알고 싶어한다. 주인공 일행은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했는데 모두 사망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원인을 설명하고 싶다.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원인을 설명할 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 영화의 결말에 대한 원인 설명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불편하다.


안개라는 불확실성


이 영화에서 안개는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늘 지나가던 거리도 안개가 낀 날은 맑은 날보다 시야가 좁아진다. 앞이 보이지 않으니 상상으로 채우려한다. 우리 인생도 한치앞을 볼 수 없는 안개속에 있는 것과 같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러한 짙은 안개속에서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결과를 예측한다. 불확실성을 회피하려하고, 안정을 추구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불확실함 속에서 안정을 추구하는게 가능할까? 내가 만약 영화 속 주인공이었다면, 그 상황에서 안정을 추구하는건 무엇일까? 사이비 교주가 없었다면 마트에 남는 것이 안정적이었을까? 영화 중반, 괴물들이 마트 창문을 깨고 안으로 침입한다. 사람들은 힘을 모아 겨우 막긴했지만, 마트에 남아있는것이 안정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그때 침입한 괴물은 작은 괴물들이었는데, 그보다 훨씬 큰 괴물이 들어왔다면 모두 전멸했을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을 한 사람은 자식을 구하려던 아주머니였다. 아무런 무기도 없이, 동료도 없이 홀로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살아남았다. 이 아주머니와 같은 선택을 한 변호사 일행은 동료들과 무기로 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사망했다. 이 영화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땠어야했을까? 아주머니처럼 가장 위험한 선택을 하라는 뜻인가? 아니면 탈출하는 타이밍이 중요할까? 모두 아니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안개라는 불확실성속에서 개인은 선택을 할 수 있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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