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말이다.
친구들과 한강 캠핑장을 갔다. 더운 날씨에 고기를 굽기 위해 숯불을 사고 토치로 불을 붙이고...군대 제대 후 오랜만에 느껴보는 취사장의 열기였다. 숯불에 불이 잘 안붙어서 토치를 오래 잡고 있었다. 땀은 흐르고 조금씩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뒤에서 친구들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만나서 할 이야기도 많고 반가웠던 모양이다. 나는 더운 날씨에 불 앞에서 고생하는데 친구들의 그런 모습을 보니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간간히 불어주는 바람 덕에 조금은 다행이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다른 친구들도 서로 교대하면서 고기를 구으니 나중에는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친구들과 헤어진 후 그날 찍은 사진을 받았는데 놀라운 사진이 있었다.
알고보니 친구 한 명이 내 뒤에서 선풍기 바람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고기를 구울 당시에 느꼈던 간간히 부는 바람은 사실 선풍기 바람이었던 것이다. 나는 저 날 숯불과 씨름하면서 더운 날씨에 혼자 고생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나를 도와주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중요한건 저 친구는 자신이 나를 도와줬다는 사실을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 아마 다른 친구가 저 사진을 찍어주지 않았다면 나는 평생 몰랐을 것이다.
아마 우리 인생도 이렇지 않을까. 내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나를 도와주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는 혼자 고생하고 혼자 이루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