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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원 Oct 22. 2022

제가 멀티태스킹이 안돼서요...

일상에서 경험하는 멀티태스킹과 컨텍스트 스위칭

중학교 때의 나는 드라마를 곧 잘보곤 했다. 방송사마다 방영하는 드라마가 다른데, 어떤 드라마를 볼지 선택하는 것도 재밌었다. 한 번은 보고 싶은 두 드라마의 방송 시간이 겹치는 것이다. 둘다 보고 싶었던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쉽게 생각하면 하나는 본방으로 보고 다른 하나는 재방이나 vod로 볼까 싶었지만 라이브의 생동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에 학교가서 친구들이랑 이야기해야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김이 새니까 말이다.




고민 끝에 나는 둘 다 보기로 했다. 동시에 방영하는 두 드라마를 TV 한 대로 어떻게 동시에 볼 수 있을까? TV 리모콘에 있는 "이전" 버튼을 활용하기로 했다. 어떻게 하냐면 30초~1분 간격으로 한 번씩 채널을 변경하는 것이다 .이 버튼 하나면 계속해서 채널을 배꿔가면서 볼 수 있었다. 주인공이 이동하거나 주요 장면이 아닐때는 어김없이 "이전"버튼을 눌렀다. 이렇게 보면 내용이 이해가 될까 싶지만 놀랍게도 이해가 되었다. 물론 이 방법에는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긴했지만 나는 만족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가서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어떤 드라마 이야기를 하던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위 경험은 컴퓨터에서 컨텍스트 스위칭이라는 개념을 나타낸다. 컨텍스트 스위칭(context switching)이란 프로세스나 쓰레드의 상태를 보관했다가 나중에 저장한 상태로부터 재실행하는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이것이 컨텍스트 스위칭의 개념이다. 물론 엄밀하게 말하자면 위 일화에서 정확히 컨텍스트 스위칭이 되기 위해서는 한 쪽 드라마를 보다가 일시정지를 시켜놓고 다른 드라마를 봐야한다 ㅎㅎ. 즉, 아무리 컴퓨터라도 동시에 여러 프로세스를 동작시킬 수는 없다. 하나씩 번갈아가면서 실행을 하는 것인데 이것이 사용자의 눈에는 동시에 실행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멀티태스킹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란 한번에 여러가지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제가 멀티태스킹이 안돼서요..


멀티태스킹은 앞서 언급한 컨텍스트 스위칭이라는 개념과 관련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일반적인 사람들이 말하는 멀티태스킹은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신기한 것이다. 그리고 얼핏 보면 다른 사람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면서 멀티태스킹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시에 여러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업무를 번갈아가면서 할 뿐이다. 


마치 중학교 때의 내가 채널을 바꿔가며 드라마를 본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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