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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원 Jan 27. 2023

정우성, 슬램덩크 최고의 선수를 보며...

저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을 하게 해주세요.

26년만에 슬램덩크 극장판이 개봉되어 보러갔다. 

슬램덩크는 나에게 각별한 만화인데, 

아마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명작으로 꼽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극장판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라는 제목인데, 

송태섭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번 작품에서 다루는 경기는 원작 마지막 시합에 해당하는 산왕공고 전을 배경으로 한다. 

산왕공고는 몇년간 패배가 없는 전국 최강의 팀이다. 



내가 이번 극장판에서 주목한건 산왕공고 에이스인 정우성이다.

정우성은 2학년이지만 1학년때부터 주전이었고, 

명실공히 초고교급 선수이자 전국 최고 선수이다.



윤대협과 1대1에서 호각을 다투었던 북산 에이스 서태웅조차 마지막까지 넘지 못할 정도로 정우성의 실력은 독보적이다. 도내 예선에서 평균 30득점을 올렸던 서태웅이 정우성 상대로 아무것도 못했으니...



어찌보면 정우성의 미국 진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왜냐면 국내에서는 더이상 자신과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나도 예전에 유학 준비할때 슬램덩크를 종종 읽었었다.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유학을 앞둔 처지라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정우성에게 위로를 받곤했다.


물론 정우성의 경우에는 미국 유학을 확정짓고 전국대회에 출전한 입장이고, 

나같은 경우에는 미국에 갈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태로 도전하는 입장이라는 차이가 있긴했다.


뿐만 아니라 정우성은 전국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나는 전국최고랑은 거리가 멀었던 차이도 있었다.

이런면에서 슬램덩크를 보면서 정우성이 부러웠다.



정우성이 돋보였던건 실력 뿐 아니라 그의 멘탈리티였다.

장애물을 만날때마다 웃으면서 도전을 삶의 보람이라고 느끼는 정우성을 보면서 내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정우성의 멘탈은 후반 막판을 보면 알 수 있다.

경기 종료 24초를 남기고 역전 당해도 당황하지 않는 침착함.




그리고 승부를 결정짓는 클러치 상황에서 수비 2명 달고 풀업 점퍼를 성공시키는 강심장. 아마 북산이 다시 역전하지 못했다면 이 슛이 위닝 샷이 되었을 것이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산왕의 패배.

그리고 원작과는 달리 정우성은 경기를 지고 펑펑 운다.

몇년간 정우성은 패배해본적이 없으니 이번 경험은 굉장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키타현 오오모노이미신사

극장판 작중에 정우성은 신사에서 기도를 한다.


저에게 도움이 되는 경험을 하게 해주세요.


이 말을 신이 들었는지, 정우성에게 "패배"라는 경험을 하게 해준다.

물론 정우성의 의도는 미국에서 잘하게 해달라는 의미로 기도했을지는 모르겠으나,

미국가기전, 북산에게 패배하는 경험이 훨씬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유학가가전 새로운 경험을 함으로써 자신을 좀더 단단하게 만들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정우성이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도 

흑형에게 떡블락 당한 후였다. 

다른 사람들은 좌절할수도 있는 상황을 도전의 기회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한 번 더 도약한다. 

실제로 정우성은 이 일을 계기로 *개똥슛(강백호 왈)을 개발한다.



나는 원작을 봤을 때는 "정우성이 미국가서 잘할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 극장판에서 신시에서 기도하고 북산에게 지고 펑펑 우는 정우성의 모습을 보고 미국가서도 잘 할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내 인생을 돌아보면 결국 나도 치열한 유학 준비 끝에 미국에 갈 수 있었다. 

아직도 미국행 비행기 안이나, 도착 직후의 감정을 잊지 못한다. 



나도 내 분야에서 잘 하고 싶었고, 최고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으나, 아쉽게도 끝까지 하지는 못했다. 

결국 중간에 휴학하고 귀국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에는 눈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내 미국생활은 내 인생에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경험이었다.

왜냐면 미국에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어떤 직무로 나아갈 것인지 방향을 정했고, 

이는 현재 사업 방향까지도 이어졌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좋은 일"이나 "나쁜 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인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살다보면 당시에는 나쁜 일이라고 생각되던 것이 

나중에 돌이켜보면 매우 도움되는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북산에게 패배한 정우성의 경험이 

당시에는 전국대회 탈락이라는 나쁜 일로 생각될 수 있으나, 

정우성의 전체 인생에서는 크게 도움되는 일이었듯 말이다.


마치 미국에서 학위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돌아온 내 경험이

당시에는 나쁜 일로 생각될 수 있으나, 

내 인생 전체에는 크게 도움되는 일이었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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