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너무나 어려웠던 통계학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으로 배우는 확률통계 with 파이썬>이라는 책을 집필하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대학교 다닐 때의 나는 공부를 잘하고 싶었다. 정확히는 전공이었던 통계학을 잘하고 싶었다. 통계학에 나오는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나에게는 무척이나 어려웠다. 아무리 책을 들여다보아도 이해되지 않았다. 학부과정 4년 내내 공부했지만 잡힐듯 잡힐듯 잡히지 않았고 도통 뭐가 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 졸업은 무사히 할 수 있었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학사 졸업장이 있는 사람'이 되었다.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배우는 내용은 학부과정 때보다 어려웠다. 석사과정 2년을 공부했지만 여전히 하나도 모르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학부과정 내용도 제대로 이해못했는데 더 어려운 석사과정 내용을 공부해봐야 이해가 안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 졸업은 무사히 할 수 있었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석사 졸업장이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대로 끝내는 건 아쉬웠다. 평생 아무것도 모르는채로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아는척하며 살고 싶진 않았다.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석사과정까지의 패턴으로 보았을때, 이대로 가면 나는 무사히 졸업을 한다셈 치더라도 '아무것도 모르는데 박사학위가 있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였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내 노력은 모두 무의미했던 걸까", "앞으로는? 어짜피 계속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으로 남아있을거면 노력하는게 의미가 있을까?" 박사과정을 시작할 무렵, 태평양 건너에 있는 작은 마을 원룸에서 공부하며 별의 별 생각을 다했다.
입학하자마자 학과에 알아보니 1학기 지난 후 원한다면 바로 퀄시험을 볼 수 있다고 했다. 퀄시험까지 앞으로 5개월. 나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나는 코스웍 공부하면서 퀄시험을 동시에 준비하기로 한다. 퀄시험에 필요한 자료들은 학과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아 구할 수 있었다. 아마 이 시기가 살면서 가장 집중했던 시가가 아니었을까. 공부해야할 양이 많아서 힘들긴 했지만 몰입하는 느낌이 좋았다. 원룸 인터넷이 느려서 게임은 생각할수도 없었고, 아는 사람이 없으니 놀 사람도 없었다. 밤에는 총 맞을까봐 무서워서 밖에 나가지도 않았다. 밥먹고 잠자는 시간외에는 공부만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난 9월 어느날. 지금까지처럼 변함없이 저녁에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깨달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느낌은 나로서는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 기분이었다. 지금까지는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수식과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설명들이 한번에 이해되었다. 이 순간을 위해 지금까지 공부해왔던 걸까. 이날 이전까지 공부는 나에게 고통이었다. 그러나 이날 이후부터는 공부하는 것이 즐거웠다. 이전에는 공부한 내용이 쌓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머리속에 잠시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바람같은 이미지였다면 이제는 확실히 실력이 쌓이는게 체감되었다.
퀄시험은 무사히 합격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휴학을 한채 귀국했다. 아마 다시 복학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졸업을 못했으니 나에게는 박사학위가 없다. 그러나 학위는 이미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 최악은 박사학위를 못따는게 아니라 '아무것도 모르는데 박사학위가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박사 졸업장를 따고 빛나는 박사학위를 앞세우며 전문가 코스프레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최악의 삶이었다.
확률 통계 책을 쓰면서 이런저런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아무래도 학교 다닐때 통계쪽을 공부했으니 그 때가 생각 났던 것 같다. 확률 통계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아마 공부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분야는 확실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수식도 많지만 나는 특히 개념 이해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예전의 나와 같이 공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썼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으로 배우는 확률통계 with 파이썬>
2023년 3월 8일 출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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