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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원 Sep 22. 2023

삼국지 능력치로 보는 취업, 취준생

눈에 보이지 않는 나만의 무언가가 있다



코에이라는 게임회사에서 제작한 삼국지라는 게임에서는 장수의 능력치를 여러가지 형태로 보여준다. 모두가 알다시피 삼국지에는 수백명에 이르는 다양한 장수들이 나오고 각 장수들의 특성을 활용해 어떻게 국가를 번창시키느냐가 중요한 게임이다. 이는 마치 인재를 활용해서 회사를 키워나가는 현대의 모습과 비슷하다. 




삼국지에서는 장수의 능력치를 다음 그림과 같이 숫자로 보기 좋게 표현해준다. 통솔, 무력, 지력, 정치, 매력과 같은 능력치가 있는데 해당 수치들은 숫자로 표현되며 높을 수록 좋은 능력치이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당연하게도 능력치가 높은 장수를 원한다. 아무래도 능력치가 높으면 전투나 내정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수들은 여러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관우와 여포 같은 장수가 등장한다. 이들은 능력치가 좋은데다가 명성까지 높은 유형이다. 삼국지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관우와 여포를 모르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명성은 숫자 능력치로 나타나진 않지만 장수를 기용함에 있어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것 같다. 




삼국지에서 능력치는 위 그림처럼 나타나는데, 잘보면 다른 능력치들도 있다. 바로 병종적성과 특기인데, 병종적성은 각 병종마다의 적성을 나타내며 특기는 말그대로 해당 캐릭터만의 고유한 특기이다. 통솔이나 무력, 지력과 같은 능력치들은 숫자로 나타내서 좋고 나쁨을 명확히 알 수 있는데, 이 특기라는 능력치는 숫자로 나타내지 않고 설명으로 나타낸다. 즉, 특기라는 능력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능력치이며, 해당 특기가 좋은지 안좋은지는 누가 어떤 특기를 보유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반면 원소와 전위같이 명성에 비해 능력치가 낮은 장수도 존재한다. 원소는 조조와 라이벌 관계였던 군주이지만 게임상 능력치는 애매해서 군대를 이끌기 어렵다. 전위 또한 마찬가지로 조조의 호위대장으로 알려져있지만 무력만 높지 병종적성도 좋지 않고 특기도 좋지 않아 좋은 평가를 하긴 어렵다. 이들과 같은 유형의 장수들은 혼자서 활약하기는 어렵고 항상 보조해줄 다른 장수를 붙혀줘야 한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현실세계에서 소위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들을 네임드라고 부르는데 유명세가 그 사람의 실력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뽑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사람의 명성에 현혹되지 않고 그 사람 실력을 가릴 수 있는,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특히 이런 경우는 경력직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력서만 보면 굵직굵직한 회사들을 다녀서 화려하지만, 막상 채용 후 실력이 아쉬운 경우가 이런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삼국지 최고의 책사라고 불리는 제갈량은 '신산'이라는 특기를 가진다. 이는 자신보다 지력이 낮은 적에게는 반드시 계략이 성공하는 특기이다. 이 특기는 '제갈량'에게 매우 좋다. 왜냐면 제갈량은 지력은 100으로 삼국지 전체에서 지력이 가장 높다. 따라서 제갈량보다 높은 지력을 가진 장수가 없으므로 제갈량의 책략은 무조건 먹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력 60인 캐릭터가 신산 특기를 가지면 어떻게 될까? 지력이 60인 캐릭터에게는 신산 특기가 별로 소용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동일한 특기일지라도 누가 가지느냐에 따라 좋은 특기가 될 수도 있고 나쁜 특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삼국지에서 가장 선호하는 장수는 제갈량이나 육손처럼 능력치도 높고 특기도 좋은 장수가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와 같이 숫자 능력치와 특기가 모두 좋은 장수는 거의 없다.




자신의 특기를 파악할 때는 자신을 돌아봄과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함께 고려해야한다. 즉, 나를 둘러싼 상황을 보았을 때 자신의 어떤 점이 특기가 될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일한 특기도 가고자 하는 방향에 따라 특기가 될수도 있고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삼국지 게임에서는 주유와 조운 같이 능력치도 좋고 특기도 좋은데다가 외모까지 뛰어난 경우도 있다. 삼국지 소설에서는 손권이 방통을 거절한 이유가 외모 때문이라고 하니 외모도 완전히 무시할수는 없을 것 같다. 




요즘에는 이력서에 사진을 첨부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곳에서 사진을 첨부한다. 그리고 지원자들 또한 사진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데 이력서를 구성하는 가장 첫 부분이 사진이다보니 아무래도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다. 



강유와 등애 같은 캐릭터도 존재한다. 둘다 하나의 능력치에서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다재다능한 올라운더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장수들은 전투에서도 좋고 내정에서도 좋아서 활용도가 매우 높고 든든함이 느껴진다. 실제로 강유나 등애는 전투를 진두지휘하는 장군의 느낌도 있지만 책사의 느낌도 있다. 제갈량과 여포 같은 장수가 각각 지력과 무력에 특화된 스페셜리스트라고 한다면 강유와 등애 같은 인재는 제너럴 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흔히들 대기업과 같이 업무가 세분화되어있는 조직에는 스페셜리스트가 적합하고 스타트업과 같이 한사람이 여러 업무를 담당해야하는 경우는 제너럴리스트가 적합하다고 한다. 취준생 입장에서는 원하는 조직 특성에 맞추어 자신의 능력을 키운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자신의 커리어를 생각했을 때 희망 진로에 따라 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제갈량이나 육손과 같이 능력치와 특기 모두 좋은 장수도 있는 반면 위 그림의 전풍이나 저수와 같은 타입도 있다. 이런 타입은 어떤 타입일까? 전풍과 저수는 지력이 각각 93과 90으로 원소 군 내 최고의 지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잘 보면 특기가 없다. 이런 장수들 같은 경우에는 겉으로 보기에는 능력치가 좋아보이지만 애매하다. 특기가 없기 때문에 항상 혼자서는 일시키기가 어렵고 특기가 좋은 장수를 붙혀주어야 한다. 한계가 있는 것이다.

 



가끔 취준생 상담을 하다보면 그들이 전풍이나 저수와 같은 능력치를 원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영어 점수를 높이거나, 자격증을 딴다거나 하는 활동들은 삼국지 게임으로 치면 눈에 보이는 능력치를 올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영어 점수와 같은 경우에는 눈에 보이는 숫자로 높고 낮음이 분명히 보이니까 취준생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스펙이라고 느낄 것 같다. 심지어 개발자 지망생들조차 자격증이나 공모전 순위, 캐글 순위에 집중한다.



삼국지에는 마속과 반장 같은 장수도 등장한다. 두 장수의 특징은 무엇일까? 능력치가 괜찮기는 하지만 특별하게 뛰어난 부분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둘은 삼국지 게임에서 굉장히 위상이 높다. 그것은 마속과 반장의 특기가 매우 좋기 때문이다. 즉, 둘은 첫 눈에 보이는 능력치로는 두각을 나타내지 않지만 그들의 특기를 알면 안쓸수가 없는 매우 좋은 장수이다. 




현실에서 나의 능력치를 알기 위해서는 결국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잘 알아야될것 같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상담을 많이 받는데 결국 중요한것은 눈에보이지 않는 특기가 아닐까싶다. 자신만의 특기를 자소서나 포트폴리오에 잘 녹여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특기라는것은 대단한것이 아닌 나라는 사람을 잘표현 하는것이라고 생각한다. 나한테 상담을 받는 분들을 보면 능력치는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다.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수업받고 포트폴리오만 봐서는 개발력의 차이도 느끼기 힘들다. 그럼 차이가 나는 부분은 결국 그 사람 자체의 성격이나 기질이 아닐까.




물론 자격증이나 공모전 준비를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나는 무엇을 하든 그 과정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함께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한때 특정 영어점수에 집착한 적이 있는데 막상 그 점수를 얻은 후의 감정은 허탈함과 공허함 뿐이었다. 사실 시험날짜가 정해지고 돌진하다보면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는것이 힘든게 사실이다.



다음은 주연과 곽회 같은 장수 스타일이다. 이 장수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능력치가 엄청나게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기가 압도적으로 좋은것도 아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장수이다. 하지만 이들은 실제 역사에서보다 게임에서 매우 저평가 당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연은 주유-노숙-여몽-육손으로 이어지는 오나라 도독라인에서 육손의 뒤를 잇는 대도독이며 곽회는 촉나라의 강유를 막아낸 뛰어난 장수이다. 하지만 실제 역사와는 다르게 게임에서는 저평가 당해서 능력치로만 보면 중용하기 힘들다. 즉, 그들의 가치는 게임속 능력치로는 전혀 알 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취업을 할 때도 내 능력치를 이력서에 모두 담아서 표현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한다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 사람을 숫자 능력치이든, 서술형의 특기로 표현하던 그 평가가 정말로 그 사람을 제대로 평가한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내가 만약 삼국지 장수의 능력치를 정하는 사람이라서 '주연'의 무력을 69라고 정하면 주연의 무력은 69가 되는 것인가?




나도 예전에는 결과에 집착했던적이 있다. 하지만 결과는 결과일 뿐이다. 결과에 집착하면 설령 그 결과를 손에 넣는다한들 남는건 고통의 지난날의 기억과 허망한 감정 뿐. 결과는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뿐. 정말로 중요한건 과정이다. 예전에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가 안좋으면 내가 노력했던 과정은 무의미해지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나를 채우는건 결과가 아니다. 나를 채우는건 과정이다. 사람들은 나의 결과물을 보고 나를 판단하려하겠지만 결과는 과정의 부산물일 뿐이다. 




오랜만에 삼국지 게임을 하다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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