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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철원 Dec 05. 2024

골룸으로 보는 현대사회의 인간군상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감상평

반지의 제왕은 판타지의 조상이라고 불리우는 작품인데, 그 동안 기회가 되지 않아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 모임에서 반지의 제왕 전편을 50번씩 봤다는 분께 반지의 제왕 이야기를 30분 정도 듣다보니 이게 어느 정도로 대단한 영화일까 싶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판타지 영화에서 현대 사회를 볼 수 있었다. 



반지의 제왕의 긴 러닝 타임 동안 골룸이라는 캐릭터가 눈에 띄었다. 이 친구는 본명은 스미골인데, 절대반지에 대한 집착으로 영혼과 육체 모두 갉아먹히고 오로지 절대반지만을 원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절대반지를 차지하라는 골룸의 속삭임과 주인님(프로도)를 친구라고 생각하는 스미골 사이의 내적 갈등을 보여주는데 배우의 연기가 일품이었다. 



작중 최종장에서 골룸은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절대반지를 손에 넣는다. 골룸의 바로 뒤는 용암이고 떨어지면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아주 위급한 상황인데도 골룸은 절대반지에서 눈을 때지 못한다. 골룸은 이때까지도 자신이 죽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것 같다. 골룸은 주인공과 사투끝에 절벽 아래 용암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용암에 떨어져서 죽는 그 순간까지도 골룸은 손에서 절대반지를 놓치 않는다. 그의 시선은 죽을때까지 절대반지에 고정되어있다. 



나는 골룸을 보면서 현대 사회의 인간 군상을 보는 듯했다. 과거 회상 편에서 스미골은 살아있을 당시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러던 그가 절대반지에 대한 강한 열망을 넘어선 집착으로 본래의 자신을 잃어버린다. 이는 마치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삶의 의미나 본질을 잃어버리고 특정 목표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는듯했다. 돈, 권력, 명예, 외모 등에 집착하면서 스스로를 잃어버린다. 요즘에는 비트코인에 빠져 하루종일 잠도 안자고코인차트만 들여다보는 사람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마치 자신의 인생을 채우기보다는 절대반지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골룸을 떠올리게 된다. 50살이 넘도록 박사학위에 집착하며 오랜 시간 공부 끝에 겨우 학위를 얻었음에도, 만족감보다는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며 역시 같은 감정을 느꼈다. 여행가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에 하트를 얻기위해 여행을 가는 사람들, 완벽한 외모를 위해 끊임없이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골룸은 거의 모든 순간에 절대반지만 생각하지만 예외적인 부분도 나온다. 골룸은 강에서 물고기를 잡고 먹기전에 노래를 흥얼거리며 행복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을 보면 골룸이 단순히 절대반지에만 사로잡혀있는 인물은 아닌 것 같다. 골룸이 즐거워하는 장면은 순수 그 자체다. 골룸은 절대반지 말고 다른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인물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골룸은 스스로가 물고기를 잡아먹을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의 절대반지에 대한 욕망이 너무 강한 나머지, 다른 행복감은 반지에 가려져있지 않았을까. 그의 시선은 항상 반지를 향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골룸이 현재에 집중했다면, 과거를 돌아보았다면, 자아성찰을 했다면, 반지에서 잠시나마 멀어졌다면, 영화속 골룸은 달라졌을까.



 스미골은 작중에서 자신의 내면을 차지하고 있는 골룸과 내적 갈등을 하면서 한순간 마음속 골룸을 쫓아내는데 성공하고 드디어 자유를 찾았다며 기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절대반지에 한 순간 마음을 빼앗겼어도, 주위사람들의 도움과 자신의 노력이 합쳐지면 이겨낼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 아닐까. 



골룸을 쫓아낸 스미골은 주인공 일행과 동료가 된듯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주인공을 위해 토끼를 사냥해서 준다거나 하는 등의 장면은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얼마가지 않는다. 인간에게 발로 차이고 목을 졸리고, 밧줄에 묶여서 끌려다니던 스미골은 주인공 일행에게 배신감을 느끼면서 다시 골룸에게 내면을 잠식 당한다. 절대반지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본인은 절대반지를 놓고 싶어도, 만약 주변에서 끊임없이 돈없다고 무시한다면. 만약 주변에서 끊임없이 못생겼다고 괴롭힌다면. 주변에서 끊임없이 여행사진을 올린다면, 절대반지를 놓으려던 그 순간에 내면의 골룸이 속삭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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